공유하기
입력 2009년 8월 24일 02시 5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과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되길 꿈꿔왔다. 그러나 린든 B 존슨 대통령의 전철을 따라갈 우려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2001년 이후 8년간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미국에 아프간전이 ‘제2의 베트남전’이 될 것이라고 23일 경고했다. 두 사람 모두 국내에서 첨예한 사회개혁 이슈와 전쟁을 동시에 추진하다가 위기를 맞은 사례라는 것. 이번 아프가니스탄 대선은 워싱턴을 뜨겁게 달군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 개혁안 토론의 와중에 열렸다. 뉴욕타임스는 “존슨 대통령이 의료보험과 시민권 확대 등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위대한 사회’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베트남에서 전쟁을 벌였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존슨 대통령이 “베트남전은 공산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전쟁”이라고 했던 것처럼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전을 “국제사회의 테러를 뿌리 뽑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전쟁의 명분을 강조한 점도 발을 빼기 힘든 이유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역사학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만찬을 하며 자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아프간전이 대통령 직을 강탈해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존슨 대통령의 전기작가였던 로버트 카로 씨는 “역사를 아는 대통령인 만큼 해외 전쟁에서의 실패가 국내 어젠다를 추진할 정치력까지 잃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이라크전쟁의 영향으로 집권 2기에는 국내 정치에서도 사회보장과 이민법 개혁을 위한 추진동력을 잃었으며, 존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 개혁도 베트남전의 영향으로 개혁정책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또 영국의 선데이타임스는 23일 영국 국방부의 비밀 보고서를 입수해 “국방부가 장비구입 예산을 낭비해 아프간전 참전 병사들의 희생을 키웠다”고 폭로했다. 보수당 고위 관계자는 23일 옵서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전의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하며, 영국군 파병을 줄이고 아프간 군대와 경찰을 훈련시키기 위한 인력과 지원을 더 늘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프간 대선 결선갈지 주목
한편 20일 치러진 아프간 대선 결과는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과 압둘라 압둘라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AP통신은 22일 압둘라 후보가 카르자이 대통령이 50%를 득표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결선투표에 대비해 여타 대선 후보들과의 동맹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현지 통신은 현재 개표가 진행된 451만여 표 가운데 카르자이 현 대통령이 약 70%를 득표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선거 전에 협박한 대로 투표에 참가한 여성 유권자 2명에게 손가락을 절단하는 보복을 자행했으며, 선거 직후 압둘라 후보는 카르자이 대통령이 대규모 선거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중간 선거결과는 25일에, 공식 선거결과는 9월 17일에 발표될 예정.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