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선 민주돌풍에 자민 前총리들 “SOS”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30대 신인들과 힘겨운 싸움
“도와달라” 지원요청 잇달아

8·30 일본 총선 분위기를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자민당은 총리를 지낸 거물급 후보마저 지역구에서 흔들릴 정도로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시가와(石川) 현2구에 출마한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는 민주당이 ‘미녀 자객’으로 내세운 30대 초반의 여성 신인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1969년 이후 13차례 내리 당선한 그는 관방장관, 문부상, 건설상, 당 간사장을 거쳐 현재 정부 여당의 실력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이번엔 민주당 바람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그는 자신이 실질적 오너인 당내 최대 파벌 마치무라(町村)파 소속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간사장에게 지원사격을 요청할 만큼 다급한 상황. 원래 파벌은 선거 때 수장이 소속 의원을 지원해주는 대신 평소에 충성을 보장받는 관계인데, 이처럼 반대의 경우는 이례적인 것이다. 호소다 간사장이 20일 지원유세 첫마디로 “제가 모리 선생 지원유세를 한다는 게 주제넘긴 하지만…”이라고 운을 뗀 것은 이를 의식한 것이다.

아이치(愛知) 현9구에 출마한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 전 총리도 의사 출신 30대 민주당 후보를 맞아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16선의 가이후 전 총리는 현역 최장인 49년 연속 배지를 달고 있지만 “이번만큼 어려운 선거는 처음이다. 힘이 달린다”며 고개를 흔들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의 텃밭으로 전국에서 가장 민주당 열기가 뜨거운 홋카이도(北海道)에서는 자민당 최대 파벌 마치무라파의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회장이 자파 후보 지원유세에 나섰으나, 도리어 그 후보가 마이크를 잡고 “마치무라 의원이 삿포로(札幌)에서 매우 힘든 상황이니 연고 있는 사람은 좀 도와주라”고 말해 머쓱해지기도 했다.

정권교체를 자신하고 있는 민주당은 총선 후 연립여당 구성에 대비해 다른 당 후보를 지원하는 여유를 보여 대조적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20일 시마네(島根) 현에서 국민신당 후보를,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대행은 후쿠오카(福岡) 현에서 사민당 후보를 찾아가 지원유세를 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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