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인권운동가 부부 체첸서 피살

  • 입력 2009년 8월 12일 03시 00분


10일 체첸공화국에서 괴한에게 납치된 러시아 비정부기구(NGO)의 여성 대표와 그의 남편이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는 러시아 인권운동가인 나탈랴 에스테미로바 씨가 체첸에서 납치 살해당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다.

11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아동인권단체 ‘세이브 더 제너레이션 채리티’ 대표인 자레마 사둘라예바 부부의 시신이 이날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 외곽에서 발견됐다. 체첸 내무부는 “권총에 맞아 숨진 부부의 시체가 자동차 트렁크 안에 있었다”며 이들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얼’의 알렉산드르 체르카소프 씨는 “두 사람이 전날 사무실에 침입한 무장 괴한들에게 끌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둘라예바 대표가 일하던 단체는 가난과 신체장애로 고통 받는 어린이를 돕는 활동을 해왔다. NGO 관계자들은 “정치적 색채가 없는 구호단체 활동가가 희생당한 것은 체첸에선 누구라도 살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체첸에서 의문의 죽음이 잇따르면서 람잔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특히 에스테미로바 씨의 살인청부 배후로 지목된 카디로프 대통령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녀를 “명예나 수치심도 없이 멍청한 말만 늘어놓았을 여자”라고 발언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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