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서 ‘화해의 맥주’ 마시게 될까

입력 2009-07-27 02:57수정 2009-09-2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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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교수 체포 경관이 제안

오바마 “용어선택 잘못” 사과

미국 하버드대 흑인교수 체포사건(25일자 A16면 보도)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신속한 사과와 중재에 힘입어 화해 국면으로 전환될 조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찰이 집주인인 게 분명한 사람(헨리 루이스 게이츠 교수)를 집에서 체포한 건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발언을 한 지 하루 반 만인 24일 백악관 대변인 주관 정례브리핑에 예고 없이 등장해 "나의 용어 선택이 불행히도 내가 케임브리지 경찰과 제임스 크롤리 경사를 비방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 게 분명하다. 용어를 다르게 사용했어야 한다"고 사실상 사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훌륭한 두 사람이 어느 쪽도 문제를 풀 수 없는 그런 상황에 처했는데 여기에 이처럼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은 미국에서 이런 (인종 관련) 이슈들이 여전히 매우 민감함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나의 발언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언론을 통해 사건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는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어려웠던 역사 때문에 미국의 흑인들은 이런 문제에 민감하다. 인종문제과 관련된 사건을 다루는데 있어 훌륭한 기록을 갖고 있는 경관이 관여한 상황에서도 경관과 흑인 간에 때로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과 발언에 앞서 크롤리 경사, 게이츠 교수와 각각 5분가량 통화를 했다. 그는 "아직 일정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셋이서 백악관에서 만나 맥주를 한잔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로버트 깁스 대변인은 "맥주 회동은 크롤리 경사의 제안"이라고 전했다.

게이츠 교수는 25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내가 겪은 일이 교훈으로 활용되기를 바라며, 만약 맥주 회동이 기여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게이츠 교수는 16일 "수상한 남자가 이웃 집에 침입하려한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크롤리 경사에게 자택에서 체포됐다가 풀려난뒤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내고, 레이셜 프로파일링(racial profiling·경찰이 유색인종을 차별해 더 의심하고 더 강도 높게 조사하는 행위)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필름을 제작하겠다고 별러왔으나 대통령의 화해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크롤리 경사는 미 언론의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크롤리 경사가 언론에 시달리는걸 걱정하길래 '나도 백악관 마당에서 기자들을 내보내지 못한다'고 했더니 그가 '백악관은 마당이 더 크지 않느냐'고 하더라"고 말해 회동 성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찰이 어리석었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분개하며 비판 성명을 냈던 경찰단체들은 25일 다시 성명을 내고 "대통령과 크롤리 경사가 우애넘치고 의미있는 대화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의 발언을 재고하고 경찰의 고충을 존중해주려는 대통령의 의지와 관심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화해 시도에 나선 것은 자신이 사회적 갈등의 한 축에 서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 후 인사 검증 소홀, 자신의 시원찮은 볼링 실력을 장애인올림픽에 비유한 농담 등의 실수를 한 뒤 곧바로 진솔하게 사과함으로써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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