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치거물들 ‘집으로’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총선정국 ‘바꿔’ 열풍… 고이즈미-고노-쓰시마 등 24명 불출마
오늘 중의원 해산

본격적인 총선 정국으로 들어선 일본에서 ‘바꿔 바람’이 거세지면서 고령 다선을 중심으로 불출마하는 의원이 늘고 있다. 20일 현재 24명의 중의원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지지율 추락에 고심하는 자민당 소속이 17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게 특징. 정권 교체의 꿈에 부풀어 있는 민주당에서는 비례대표 2명을 포함해 3명인 것과 대조적이다.

자민당을 떠받쳐 온 양대 파벌 중 하나인 쓰시마(津島)파의 쓰시마 유지(津島雄二) 회장은 19일 불출마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당내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 퇴진 움직임을 진압하는 데 앞장서는 등 의욕적으로 활동해 온 데다 파벌 간부와도 상의하지 않은 전격적인 발표여서 정치권은 적잖이 놀랐다. 쓰시마 의원은 “고령 다선에 대한 비판, 무조건 바꿔 보자는 분위기가 있다”며 “신선하고 젊은 사람들로 다음 시대를 열어갈 필요를 절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79세로 1976년부터 줄곧 배지를 단 11선 의원이다. 올 4월 그의 지역구인 아오모리(靑森) 시장선거에서 그가 지원한 76세의 현직 시장이 61세의 무소속 후보에게 패한 것도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라고 그는 밝혔다.

자민당의 불출마 의원 17명 중 65세 이상은 13명이다. 지난해 이미 정계 은퇴를 예고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67) 전 총리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72) 중의원 의장도 출마하지 않는다.

14선인 고노 의장은 1993년 총선에서 자민당이 패한 뒤 당 총재가 되는 바람에 1955년 자민당 창당 이래 유일하게 총리가 되지 못한 총재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2003년 11월부터 사상 최장기로 중의원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반성을 표명한 ‘고노 담화’의 주인공이다. 12선인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해 가을 지역구를 차남에게 물려주고 은퇴를 준비했다. 지난달 지역구인 가나가와(神奈川) 현 요코스카(橫須賀) 시장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한 65세의 현직 시장이 33세의 무소속 후보에게 패하면서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을 들었다.

이 밖에 다마자와 도쿠이치로(玉澤德一郞·9선), 우스이 히데오(臼井日出男·8선), 고스기 다카시(小杉隆·8선), 나카무라 세지(仲村正治·7선) 의원 등 쟁쟁한 70대 원로들이 출마를 포기했다. 민주당에서도 비례대표인 70대 중진 2명이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일본 중의원은 21일 해산하고 본격 선거전에 돌입한다. 중의원 정수는 480명으로 소선거구 300명, 비례대표 180명이다. 정권 교체 여부가 화두인 가운데 아사히신문이 주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중심의 정권을 바라는 응답은 49%로 자민당 중심 정권 22%를 두 배 이상 앞섰다. 자민당 실력자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는 “최선을 다하고도 패하면 깨끗이 야당을 할 각오를 하자”고 말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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