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jour프랑스]佛 ‘왕의 보석상’카르티에,국경 넘어…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1847년 파리에서 출발… 1904년엔 손목시계 제조
윈저공의 사랑… 장 콕토의 선물… 전설적 보석들 만들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보석의 명품 카르티에는 1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인의 열광을 받았다. 19세기 영국 왕실에서는 카르티에를 가리켜 “왕의 보석상, 보석상의 왕(Jeweler to Kings, king of jewelers)”이라고 칭송했고, 이후에도 유럽 귀족과 미국 대재벌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카르티에는 특별한 러브스토리에 빠지지 않아 사랑의 상징이 되곤 한다. 영롱한 아름다움과 단 하나의 가치라는 진실성이 맞닿기 때문이다.》

○ 세기의 로맨스를 상징하는 브랜드

카르티에는 영원을 약속하는 사랑의 전령사로서 감동을 전해왔다. 카르티에 하면 떠오르는 세기의 로맨스는 영국 왕세자 윈저 공과 심슨 부인의 러브스토리가 대표적이다. 1936년 영국의 국왕 에드워드 8세는 이혼 경력이 있는 미국인 디자이너와의 사랑을 위해 왕위까지 포기했다. 당시 윈저 공은 심슨 부인에게 청혼을 하면서 카르티에 반지를 선물했다. 그 반지에는 영원한 사랑을 뜻하는 ‘이터너티(Eternity)’가 새겨져 있었다. 카르티에 반지가 결혼 서약의 상징이 된 사연이다.

카르티에의 대표 컬렉션 ‘트리니티’ 반지는 창업자의 손자 루이 카르티에가 1924년 친구인 시인 장 콕토를 위해 만든 선물이다. 우정을 상징하는 화이트, 충성을 상징하는 옐로, 사랑을 상징하는 핑크 세 가지 색 골드가 우아한 소용돌이 형태를 만들어내는 특별한 반지다. 이 삼색 골드반지는 지금까지 영원한 약속을 상징하며 카르티에의 베스트셀러로 사랑 받고 있다.

영국의 전 총리 윈스턴 처칠과 얽힌 사연도 훈훈하다. 처칠은 평소 아들이 연락을 잘 하지 않는다며 불평을 했다고 한다. 이에 카르티에는 아들을 그리워하는 처칠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에나멜 우표를 붙인 편지 모양의 황금 시가렛 홀더를 만들고, 그 홀더에 처칠의 주소를 새겨 넣었다. 마치 아들에게 편지를 받은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 상상의 특별 주문을 현실로 실현

카르티에의 보석이 더욱 빛나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선물’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때문이다. 카르티에는 특별 주문 생산으로 고객들에게 동화와 같은 꿈을 이뤄준다. 장인정신과 고도의 노하우로 고객이 주문한 상상의 산물을 현실로 바꿔준다.

멕시코 출신 여배우 마리아 펠릭스의 사례는 고객의 요구를 작품으로 실현하는 카르티에의 정신을 보여준다. 1970년대 중반 펠릭스는 새끼 악어가 담긴 병을 안고 카르티에 매장을 찾았다. 그녀는 “새끼 악어가 더 자라기 전에 빨리 악어를 본떠 작은 보석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그렇게 탄생한 보석이 두 마리 악어 모양의 목걸이다. 카르티에는 또 유명 운동선수의 약혼녀가 백금과 다이아몬드로 만든 아령을 주문하자, 선수의 코치를 직접 찾아가 그 선수가 평소에 사용하던 아령의 형태와 무게를 조사해 작품으로 만들었다. 한번은 여성 록스타의 발가락 반지 선물을 위해 그녀의 안마사를 찾아가 발가락 치수를 알아낼 정도로 고객의 요구에 부응했다. 한 장식가가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780개로 천장을 장식해 달라고 하자 대형 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 예술 영역으로 확장, 한국에서도 만나

1847년 파리의 보석상으로 출발한 카르티에는 이제 시계, 가죽, 펜, 라이터, 스카프, 향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시계의 경우 카르티에는 1904년 최초의 손목시계를 만들어 시계 제조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뿐만 아니라 까르띠에는 장인 정신을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사회활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1984년 설립한 ‘카르티에 현대미술재단’을 통해 동시대 예술가를 후원하고, 2006년부터는 세계 여성을 상대로 매년 ‘카르티에 여성 창업 어워드’를 진행해 창업에 도전하는 여성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카르티에가 한국에 들어온 건 1984년이다. 호텔 매장에 입점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 유명 백화점에 속속 자리하면서 현재 7개의 직영 매장과 8개의 면세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카르티에의 특별 주문 서비스가 이뤄지는 ‘메종’이 아시아 최초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프랑스 파리 본사와 서울을 연결하는 최첨단 비디오 장비를 통해 고객이 주문한 제품의 진행 상황을 직접 챙길 수 있도록 하는 등 카르티에 고유의 서비스와 품격을 제공하고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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