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을 달라” 시위 인근도시 확산… 中 ‘제2 티베트 되나’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7분


경찰, 거리 겹겹 봉쇄5일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 시에서 분리 독립 시위가 발생한 뒤 경찰이 거리를 겹겹이 봉쇄한 모습. 6일 단문형 블로그 서비스인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이다. 5일 밤부터 우루무치 시내에서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면서 시내 곳곳에서 상점과 버스가 불타고 사상자가 속출했다. 중국 당국은 5, 6일 1만여 명의 경찰을 투입해 우루무치 시내 주요 도로를 완전 차단하고 통행을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루무치=로이터 연합뉴스
경찰, 거리 겹겹 봉쇄
5일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 시에서 분리 독립 시위가 발생한 뒤 경찰이 거리를 겹겹이 봉쇄한 모습. 6일 단문형 블로그 서비스인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이다. 5일 밤부터 우루무치 시내에서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면서 시내 곳곳에서 상점과 버스가 불타고 사상자가 속출했다. 중국 당국은 5, 6일 1만여 명의 경찰을 투입해 우루무치 시내 주요 도로를 완전 차단하고 통행을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루무치=로이터 연합뉴스
■ 우루무치 소요사태 사흘째

위구르 시위대, 한족 상점 공격
경찰 전기충격기 진압-경고사격
한국교민 피해는 없는듯

중국 서부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발생한 대규모 분리독립 시위가 자치구 내 다른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AP 등 외신은 6일 우루무치 시내의 시위는 가라앉았지만 신장의 2대 도시인 카스(喀什), 그리고 이리(伊犁) 등 다른 도시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5일 밤과 6일 새벽 우루무치에서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유혈시위로 140여 명이 숨지고 800여 명이 부상했다고 6일 보도했다. 이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중국에서 발생한 최대의 유혈사태다. 지난해 3월 티베트 라싸(拉薩) 시위에 이어 우루무치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올해 건국 60주년을 맞이한 중국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톈안먼 사태 이후 최대 유혈 시위

6일 낮 우루무치 시내는 평온을 되찾았지만 또 어디에서 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전날 밤 우루무치의 몇몇 지역에서 벌어진 시위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동아닷컴 뉴스콘테츠팀

누얼 바이커리(努爾 白克力) 자치구 주석은 6일 기자회견에서 “5일 오후 5시경 우루무치 인민광장에 위구르족 분리주의자들이 모여들더니 오후 8시 18분부터는 폭도로 돌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폭력 범죄분자들이 오후 8시 30분경 경찰차에 방화하고 행인을 구타하는가 하면 수백 명이 몰려다니며 폭력 살인 방화를 자행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사망자 140명 중 57명은 주택가나 건물 뒤의 작은 골목에서 시신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자치구 공안당국은 시위로 190대의 버스 등 차량 261대가 불타고 상점 203곳과 주택 14채가 파괴되고 220여 곳에 방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중앙(CC)TV는 자치구 청사 주위의 런민(人民) 광장과 와이환루(外環路), 제팡루(解放路), 신화난루(新華南路) 등 시내 중심부에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위구르족 3000여 명이 몰려든 후 한족 가게와 행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습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집단 폭행을 당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이 곳곳에서 화면에 잡혔다. 시위 군중은 경찰 순찰차를 뒤집고, 버스와 승용차에 마구 불을 질렀다.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소나기처럼 돌을 던지기도 했다. 시위는 시내의 유명 관광지인 얼다오차오바자(二道橋巴찰) 지역에서 격렬했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시위 진압에 투입된 무장경찰은 전기충격기 등을 사용해 시위대를 진압하고 체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고 사격이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우루무치의 한 교민은 6일 오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슬람교 사원 등 위구르족 집중 거주지는 경찰과 군인이 봉쇄한 상태”라며 “일부 행인이 보이긴 하지만 거리는 한적하다”고 전했다. BBC 등 외신은 사상자 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루무치의 300여 명의 한국 교민 중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주중 한국총영사관은 파악했다.

중국, “배후 있다”↔독립세력, “민족차별이 원인”

이번 시위로 중국 정부는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도 티베트처럼 대규모 군중 저항 형태로 분리독립 운동이 전개될까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이 지역은 소수의 무장조직에 의한 독립운동은 많았지만 일반 대중에 의한 대규모 시위는 비교적 적었다.

중국 당국은 현재 위구르족 해외 망명인사들과 소수의 분리주의 세력이 치밀한 사전준비를 통해 군중 시위를 배후조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위구르족 해외 망명인사들은 사전 계획설을 전면 부정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이들은 “이번 시위는 중국 중앙정부의 한족 우대정책과 한족의 경제적인 침탈 등 민족차별로 촉발됐다”며 “중국 정부는 사전 계획설을 퍼뜨려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언론, 이례적 신속 상세 보도

CCTV는 이날 시위 장면을 비교적 신속하고 생생하게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외신이 비교적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도록 허용해 지난해 3월 티베트 라싸 시위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올림픽 이후 취재 자유의 폭이 넓어진 것도 있지만 ‘폭력 시위’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통신과 인터넷의 통제는 여전해 인터넷 검색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전송을 할 때 특정 단어가 포함되면 제한이 됐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우루무치=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바로잡습니다]7일자 A6면

◇중국 위구르 유혈사태와 관련해 7일자 A6면에 중국 경찰의 거리 봉쇄 모습으로 보도된 사진(왼쪽)에 대해 사진 배포처인 로이터통신은 “단문 블로그 서비스인 트위터를 통해 입수한 사진의 촬영 날짜와 장소가 잘못됐다”고 밝혀왔습니다. 이어 이 통신은 이 사진의 정확한 촬영 시점과 장소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해왔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