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란선거 합법성에 중대한 의문”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6분


‘신중 모드’서 강경 선회
이란정부, 시위자 특별재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이란의 국영 미디어들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처럼 광신적이고 독재적인 이슬람주의를 꿈꾸고 있다.”

이란의 개혁파 대선후보 중 한 사람이었던 메디 카루비 전 의회의장이 23일 자신의 웹사이트에 띄운 공개편지에서 시위대에 구타와 살인을 자행하는 이란 정부를 ‘탈레반’에 비유하며 맹비난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란 정부에 대한 비난은 내부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번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란 선거의 합법성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시위대에 대한 위협과 폭력, 투옥 등 부당한 조치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그는 “어떤 철권(iron fist) 통치자도 정의를 추구하는 전 세계 목격자들을 막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하지 않다”고 했다. 그동안 공화당 등 미국의 보수층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의 대선 이후 시위사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미 의회 하원세출위원회는 이날 “학생들이 테헤란 거리에서 살해당하고 있는데 세금이 이란 경제 활성화에 쓰여서는 안 된다”며 이란에 가솔린을 수출하거나 가솔린 생산을 돕는 기업에 대한 미 수출입은행의 지원을 금지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영국 정부도 영국 주재 이란 외교관 2명을 이번 주 안에 추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위는 이란 정부가 본격적인 옥죄기에 나서면서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4일 국영 TV를 통해 “시위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란 정부는 24일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가 소유한 신문사에서 일하는 언론인 25명을 체포했으며 검거된 시위자들을 재판하기 위해 특별법정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이란 국영 TV가 보도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던 보수파 대선후보 모센 레자이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24일 부정선거 의혹 조사 요구를 철회했다고 이란 관영 IRNA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무사비 진영은 24일 웹사이트를 통해 부정선거 사례보고서를 공개하고 “현 정부는 대선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광범위한 조치를 취했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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