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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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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유학원을 운영하는 한국인 이서남(가명·49) 씨는 7년 경력의 유학 전문 브로커다. 이 씨의 유학원을 통해 한국으로 유학을 간 중국인 학생만 수백 명에 이른다. 중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가짜 학생’이 서류를 꾸며 한국 내 취업을 위해 대학에 지원하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 경북지역 사립대에 입학한 한 남학생은 중국어로 자신의 집주소조차 쓰지 못하는 중학교 중퇴자였지만 서류상으로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고교의 우등 졸업생이었다.
이 씨는 “중국인 브로커에게 1000만 원 정도만 주면 한국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학 브로커는 고교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부터 교장추천서, 부모의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해 한국 유학생으로 신분을 세탁한다. 이 씨는 “중국인 유학생의 최소 20% 이상은 조선족 브로커를 통해 들어온 가짜 학생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 학생을 걸러 내기 위한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학원과 가짜 학생이 결탁해 이를 피해 간다. 유학원이 학생들의 입학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대학은 별도의 선별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심사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졸업증명서 등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졸업 여부를 확인하지만 전화를 받는 중국 학교 관계자도 불법 유학에 깊숙이 개입돼 있다. 아예 중국인 브로커의 사무실 번호를 남겨 브로커가 직접 확인을 해주기도 한다. 이 씨는 “중국 일부 학교에는 이런 업무만 하는 전담자가 있을 정도”라며 “대개 전·현직 교사나 교장, 대학 교수들이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