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기회의 땅” 중국-중동 錢主가 몰려온다

  • 입력 2009년 5월 20일 20시 12분


#한국거래소는 최근 이슬람권 투자자를 위해 '샤리아(Sharia)지수' 개발에 들어갔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의 이름을 딴 이 지수는 이슬람 종교가 금지하는 술 도박 담배 돼지고기 와 관련이 없는 국내 상장기업들로 구성되는 이슬람 자본의 투자 지표다. 거래소 인덱스팀 양태영 팀장은 "이슬람 율법에 정통한 외국 전문가들에게 자문해 오일머니가 국내 증시에서 투자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굿모닝신한증권 상하이사무소의 김성태 소장은 연초에 상하이에서 '중국투자포럼' 결성했다. 이 모임에는 SK증권과 대신증권 등 중국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 직원과 상하이 영사관 직원, 한국출신의 변호사 회계사 등이 참여해 중국 '큰 손'들의 최근 동향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김 소장은 "한국경제에 무관심하던 중국 투자자들이 올 초부터 한국 경제분석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다음달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거부인 원저우(溫州) 상인들을 만나 한국 투자를 설득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지수개발-포럼 결성, 구조조정기 ‘자금줄’ 유치 공들여
간접 투자방식 이슬람자본, 기술유출 여지없어 더 큰 기대감

국내 금융업계와 금융당국이 이른바 '세계금융의 신(新)실크로드'로 불리는 중국과 이슬람권의 자금유치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을 앞둔 상황에서 이들 자금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전주(錢主)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영미(英美)계 자금의 투자 여력은 크지 않은 반면에 중국과 이슬람계는 전 세계 자본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자국 산업구조의 재편과 투자시장의 다변화를 꾀하는 중국과 이슬람 금융권도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슬람, 중국자금에 쏠리는 관심

산업은행은 최근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중동계 자금의 투자 수요 조사를 벌일 계획을 세웠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사모투자펀드(PEF) 방식을 추진 중이지만 국내에서 투자자를 찾기 힘들자 이슬람 금융권으로 눈을 돌린 것. 김종창 금감원장도 최근 이슬람권 투자자가 모인 싱가포르 투자설명회에서 "이슬람 금융이 향후 국제금융질서 개편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동자금의 한국 투자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자금은 이미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투자된 중국 자금은 4월말 4583억 원(잔액 기준)으로 작년 말보다 15% 가량 늘었다. 국제금융센터의 이치훈 연구분석부장은 "홍콩을 경유한 중국 자금까지 합치면 국내에 투자된 차이나 머니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 박스'로 떠올라

국내 금융권이 이슬람과 중국 자금 유치에 나서는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과거처럼 영미권으로부터의 외자 유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도 이슬람 금융시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유재우 부장은 "영미계 글로벌 투자은행도 이슬람 금융시장에는 진출한지 몇 년 되지 않아 한국 증권사들에게도 기회가 많은 편"이라고 자신했다.

중국이 한국 자본시장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을 막기 위한 '달러 퍼내기'와 자국산업을 고도화시키기 위한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자금의 주된 투자처인 홍콩 증시의 투자매력은 감소하는데 비해 한국 증시의 매력도가 높아지는 점도 한국투자가 늘어나는 원인이다. 대신증권 오승훈 한중리서치 팀장은 "중국정부는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국부펀드의 규모를 늘리는 것 외에도 중국 기관투자가들의 해외투자를 늘리기 위해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금융회사인 적격기관투자자(QDII)의 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M&A시장의 자금줄 될까

국내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슬람과 중국 자금이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에도 일정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들 두 자금의 성격이 다른 만큼 M&A과정에서 국내 자본시장이나 산업에 끼칠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실적으로는 중국 자금이 좀 더 적극적으로 M&A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대신증권 오 팀장은 "중국은 현재 고부가치형 산업재편을 추진하는 만큼 기술력이 있는 국내 중소형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운영에 대한 노하우나 관심도가 적은 이슬람권 자금은 펀드 형태의 간접투자로 국내 자본시장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투자증권 이도헌 상무는 "과거 사우디의 아람코가 쌍용정유를 인수한 사례가 있어 국내 기업을 직접 인수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PEF 형태의 장기 투자자금으로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과거 하이닉스나 쌍용차 등의 인수과정에서 논란을 빚은 중국 자본 대신 이슬람 자본이 국내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줄로서는 오히려 낫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리투자증권 유 부장은 "중국 자본이 국내기업을 인수하게 되면 기술 유출논란은 물론 노조와의 갈등이 생길 개연성이 높은데 비해 간접투자자 형태의 이슬람 자본은 국내기업과의 갈등의 소지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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