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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1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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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12일 유럽 은행의 건전성에 의문을 던졌다. 미국 은행권이 한숨을 돌리자 세계는 이제 유럽 은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일단 시장의 신뢰를 얻은 미국 은행권과는 달리 유럽의 금융기관은 상각해야 할 부실자산 규모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무건전성이 미국 은행보다 오히려 나빠졌다는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글로벌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뇌관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 “유럽 은행의 불투명성과 추가손실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때문에 금융시장 및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IMF의 분석에 따르면 영국을 제외한 유럽 은행들이 향후 2년간 상각해야 할 부실자산 규모는 8750억 달러로 미국(5550억 달러)보다 더 크다. 미국발 금융위기 파장이 뒤늦게 나타나기 시작한 데다 동유럽 불황 여파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 유럽은 은행을 통한 기업들의 자본 조달 비중이 80%로 미국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권 부실이 실물경제에 미칠 타격은 훨씬 크다.
하지만 유럽 은행들은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손실 확충에 필요한 1조 달러 중 40%밖에 조달하지 못했다. 중앙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미국과 달리 유럽연합(EU) 내에는 금융권을 통제할 실질적 권한을 갖는 대표기구가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27개 회원국이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는 데다 일부 국가에서는 비용 부담은 지지 않고 경기회복 시 편승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한 개별 은행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독일의 페어 슈타인브뤼크 재무장관은 “미국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정부가 결과를 조작했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데다 유럽 은행에 적용하는 것은 부작용만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