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금융개혁 근본 퇴색”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쓴소리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금융정책을 혹독하게 비판해 온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사진)가 미 금융권을 상대로 한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오바마 대통령을 괴롭히는 ‘노벨상급 두통거리’(뉴스위크)로 떠오른 그를 대통령이 지난달 말 백악관 만찬에 직접 초대해 의견을 듣기도 했지만 입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8일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가 은행 스스로 건전성을 회복하기를 기대하면서 금융위기를 대충 지나가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 정책에 대해 자신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근본적인 금융개혁이 퇴색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 금융당국은 7일 19개 주요 금융회사 중 10개사는 자본 확충이 필요하나 9개는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은행이 발행한 채권 금리나 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지표가 최근에도 악화해 금융위기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결국 주요 금융회사들이 재무 건전성을 크게 강화할 때까지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런데도 오바마 행정부는 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한 중대한 조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 프레디맥이 건전한 금융시스템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면서, 이들이 실패하면 ‘대충 지나가기 전략’은 일본처럼 높은 실업률 속에 저성장이 장기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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