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 대지진 영웅들

  • 입력 2009년 5월 10일 21시 42분


쓰촨 지진 당시 폐허에 하반신이 깔린 친구 랴오보 군을 위해 링거액 병을 들고 있던 고등학생 리양 군(첫번째 사진)과 고아가 된 아기에게 젖을 물려 전국에 감동을 주었던 장샤오쥐안 순경(두번 째 사진). 리양 군은 여전히 임시 교사에서 수업을 받고 있으며 장 순경은 3계급 특진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쓰촨 지진 당시 폐허에 하반신이 깔린 친구 랴오보 군을 위해 링거액 병을 들고 있던 고등학생 리양 군(첫번째 사진)과 고아가 된 아기에게 젖을 물려 전국에 감동을 주었던 장샤오쥐안 순경(두번 째 사진). 리양 군은 여전히 임시 교사에서 수업을 받고 있으며 장 순경은 3계급 특진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대지진 당시 온 몸으로 삶의 위대함을 보여줬던 영웅들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베이촨(北川) 중·고등학교 건물 폐허에 하반신이 깔렸던 고등학생 랴오보(廖波·18)군은 구조 이후 6차례 다리 수술을 받고 다리 일부를 잘라야 했다. 그는 최근 새 의족을 선물 받았다. 그의 옆에서 링거액 병을 들고 있던 친구 리양(李陽·18)군도 임시 교사에서 수업을 받으며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멘양(綿陽)의 둥치(東汽) 중·고등학교에서 매몰됐다 80시간 만에 구조된 뒤 첫 마디로 "아저씨, 콜라 주세요. 찬 걸로요"라고 말해 '콜라 남자아이'로 불렸던 쉐샤오(薛梟·18)군도 오른 팔을 잃었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베이징 대는 그를 무시험으로 합격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아 아기 9명에게 자신의 젖을 물려 감동을 주었던 '경찰 엄마' 장샤오쥐안(蔣曉娟·30)씨는 작은 오토바이로 출퇴근하며 지진 전과 다름없는 일상을 살고 있다. 다만 당시 3계급 특진해 장유(江油)시 공안국 부(副)정치위원(부국장급)에 임명돼 고위직이 된 것이 다른 점. 장 씨는 9명의 아기 가운데 4명의 행방을 확인해 만나기도 했다.

딸과 부모를 잃고도 현장 구호활동을 벌인 여경 장민(蔣敏·29)씨는 가족을 잃은 고통을 일로 극복하고 있다. 그는 "아이를 다시 가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진으로 숨진 아내를 등에 업은 채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모습 때문에 언론을 통해 '배처남(背妻男·아내를 등에 업고 가는 남자)' '정의남(情義男)'으로 불렸지만 마작에 빠져 아내를 괴롭히고 아버지에게 함부로 대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준 우자팡(吳加芳·45)씨는 최근 재혼했다.

중국 충칭만보는 11일 쓰찬 성에 문을 열 지진박물관에 쉐사오의 콜라병, 우자팡의 오토바이가 전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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