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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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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당선 직후 외교안보정책 주요 목표로 ‘핵 없는 세상’을 제시했다. “핵무기는 냉전시대 가장 위험한 유산”이라며 “미국이 앞장서 핵무기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6일 오후 하원 군사위원회.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제임스 슐레진저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청문회장에 섰다. 의회 차원에서 초당적으로 구성된 ‘핵전략 검토위원회(Congressional Commission on the Strategic Posture)’ 의장과 부의장 자격으로 이 자리에 선 두 사람은 11개월간 연구결과를 종합해 미국이 취할 핵정책의 근간을 소개했다.
○ “앞장서되 적절한 억제”는 필요
이날 발표된 보고서의 핵심은 현존하는 핵위협이 근본적으로 사라지기 전까지 미국은 현재 핵 억지력을 유지해야 하며 한국 등 핵을 보유하지 않은 우방을 보호하기 위한 확장된 핵 억지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페리 전 장관은 특히 “핵무기가 테러집단 수중에 들어가는 것은 가장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한 뒤 “북한과 이란 핵 확산에 우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리 전 장관은 궁극적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산의 정상’으로 상정한 뒤 ‘베이스캠프’에서 정상 정복에 이르기 위한 두 개의 길을 제시했다. 첫 번째 길은 ‘억지(deterrence)의 길’. “세계를 대상으로 미국의 확고한 원칙은 미국과 우방에 대한 핵 공격 차단이라는 점과 어떠한 경우도 선제공격이 아닌 방어를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북한 등의 핵 공격 위협을 막기 위한 검증된 미사일 방어 제공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길은 ‘위험의 축소’. “다시 핵재처리에 나선 북한의 핵 확산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핵확산금지조약(NPT)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사회의 사찰권한을 강화하고 조약을 어기면 실질적이고 즉각적으로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비준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주목되는 행정부 핵전략검토보고서
의회는 2010년 초 NPR 종합보고서 제출을 행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NPR는 미국 국방부가 주무가 돼 작성하고 의회에 보고하는 공식 비밀보고서로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때 1차 보고서가,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2차 보고서가 나왔다. 특히 부시 대통령 때 나온 NPR는 북한 이라크 이란 등을 선제 핵 공격 대상국으로 삼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세상을 술렁거리게 만들었다.
외교안보전문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는 3차 NPR에 담겨야 할 내용과 관련해 △대통령이 직접 핵운용 전략에 기반한 새로운 종합리뷰를 전개하고 △합참의장 및 의회와 협의하는 한편 △민간 전문가의 참여를 권장하며 △각 행정기관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며 △주요 우방이나 파트너와 사전협의할 것 등을 주문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