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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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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미국의 실업사태가 사상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각국의 정치 및 사회 안정을 뒤흔들고 있다. 졸지에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은 직장 상사를 감금하고 심지어 관공서를 습격한다. 생계형 범죄도 증가하는 추세다. 또 실업이 늘면서 각국 정부를 정치적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실업률이 17.4%까지 치솟은 스페인의 집권 여당은 재무장관을 경질하는 등 개각을 단행했고, 안정적 인기를 누리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안이한 실업 대책’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경영위기에 처한 기업의 구조조정이 잇따르면서 대량 실직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일부 세계 증시가 반짝 회복 조짐을 보이지만 체감경기는 갈수록 ‘동토’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英 佛 獨 등 “美보다 더 악화”
“사태 관망하다 위기 키웠다”
‘노동절’ 대대적 총파업 예고
프랑스에서는 구조조정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상사를 감금하는 이른바 ‘보스내핑(boss-napping)’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계 자동차 부품회사인 몰렉스와 3M, 소니, 캐터필러, 스카파의 회사 대표와 임원들이 줄줄이 회사에 감금됐다 며칠 뒤 풀려났다. 프랑스는 노동자들이 다음 달 1일 노동절을 맞아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어서 초긴장 상태다.
유럽 내 실업위기가 정치 이슈로 번지면서 정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이달 초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3월 재집권 이후 첫 개각을 단행하고 페드로 솔베스 재무장관을 경질했다. 이미 17.4%까지 치솟은 스페인의 실업률은 올해 안에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정책 실패로 스페인 여당은 집권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높은 실업률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에게도 가장 큰 골칫거리다. 현재 200만 명을 넘어선 실업자가 내년엔 32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에서는 주요 4개 경제단체가 23일 공동보고서에서 “실업자가 올해 100만 명 더 늘어 내년 말에는 5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악으로 치닫는 실업으로 범죄도 급증하고 외국인 혐오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24일 영국범죄조사에 따르면 소매치기 범죄는 최근 1년간 25% 늘어났다.
유럽의 이런 총체적 위기는 유럽 경제가 최근 경제위기의 시발점인 미국보다도 상황이 더 좋지 않기 때문이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4%로 미국(―2.8%)보다 더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경제위기 초기만 해도 ‘미국 책임론’을 내세우며 여유를 부리던 유럽으로서는 뒤늦은 경제혹한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유럽 각국은 사태를 관망하다 제때 과감한 금리 인하나 경기부양책 시행에 나서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