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CIA 가혹신문’ 직격탄 맞나

  • 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5분


“브리핑 받고 반대 안했다”

보수파에 거센 역공 받아

“펠로시는 2002년엔 (가혹신문 기법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자는데, 다 알고 있었으면서 뭘 다시 조사하자는 건가?”(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조지 W 부시 행정부 초기 중앙정보국(CIA)의 가혹신문 기법 지침을 담은 메모 공개 파문이 민주당 최고 실세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사진)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강경 리버럴 성향인 펠로시 의장은 독립적인 특별조사위 설치 등 부시 정권 청산을 주창해 왔다.

하지만 그가 하원 정보위 간사였던 2002년 물고문 논란을 빚은 워터보딩(water boarding)을 비롯한 가혹신문 기법에 CIA로부터 사전 브리핑을 받고도 반대하지 않은 사실(본보 23일자 A18면 참조)이 밝혀짐에 따라 거센 역공을 받고 있다.

▽‘군색한 변명’=펠로시 의장은 23일 “당시 브리핑에서 우리가 들은 건 워터보딩이나 다른 향상된 신문기법이 사용될 수 있으며 합법적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걸 사용하겠다는 내용은 아니었다. 그들은 협의하러 온 것이 아니라 통보하러 온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군색한 해명이 통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주요 언론 웹사이트엔 “실제로 사용될지 몰라 안 된다고 하지 않았다? 부끄러운 줄 알라”는 등의 비난 댓글이 줄을 이었다.

▽부시 정권 청산론 주춤=공화당은 리버럴 진영의 부시 정권 청산론에 대한 역공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하원 정보위 공화당 간사 피트 호크스트라 의원은 “한마디도 반대하지 않았던 사람이 이제 와서…”라며 비판했다. 공화당은 더 밀리면 딕 체니 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 등 당시 고위층과 당 지도부까지 증언대에 세우라는 요구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상원 지도부도 긴급 협의를 갖고 특별조사위 설치 반대 방침을 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별조사위 설치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책 어젠다로부터 시간과 에너지를 뺏어갈 것이며, 부시 정부 시절에 대한 더 광범위한 돌아보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상원 정보위가 올해 말까지 충분한 조사를 할 것”이라며 펠로시 의장에게서 등을 돌렸다. 백악관 대변인은 “지금은 보복의 시간이 아니라 미래를 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9·11위원회 같은 형태의 조사위 구성에 다소 솔깃해했으나 정국이 전임 정권 청산 논란에 휩싸일 것을 우려해 견해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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