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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1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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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경제 워게임 실시… “美-러 상호견제로 中 실속”
‘전쟁→테러→경제교란(사이버 해킹).’
2001년 9·11테러는 미국 사회에서 ‘국가안보와 위협’의 개념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았다. 전쟁보다 테러가 제1의 안보위협 요인으로 부상한 것. 그러나 최근 미국 정부와 언론, 싱크탱크들은 새로운 형태의 안보위협에 주목하고 있다. 바로 자원과 돈을 무기로 휘두르는 경제전쟁, 그리고 컴퓨터 해커를 동원한 국가인프라 침투 및 파괴 위험성이다.
▽가상 워게임(war game)=미 국방부는 지난달 17, 18일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실험실에서 경제전쟁 워게임을 실시했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9일 보도했다. 헤지펀드 매니저와 교수, 투자은행 경영자가 미국 러시아 중국 동아시아 기타국 등 5개팀으로 나뉘어 모의 경제전쟁을 치른 것. 장교와 정보요원들이 배석해 전 과정을 기록하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북한의 붕괴를 가정해 ‘어떤 나라가 돈을 빌려줄까, 그냥 망하게 놔두는 나라는 어디일까, 편짜기는 어떻게 이뤄질까’를 모의 실험했다. 또 ‘러시아의 천연가스 시세 조작, 중국-대만 긴장 고조’ 등의 시나리오를 놓고 워게임을 진행했다. 결국 가장 이득을 챙기는 나라는 중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러시아팀이 다투고 견제하는 바람에 중국팀이 어부지리를 차지한 것. 예일대 폴 브래컨 교수는 “분쟁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사이버 안보 비상=미국 주요 언론은 최근 컴퓨터를 통해 관리되는 상하수도, 송전시설 등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스파이 침투 위험성을 집중 조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외국의 사이버 스파이들이 미국의 전력시설 전산시스템에 침투했으며 유사시 송전시스템을 차단할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장관도 9일 “취약성이 수년간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초엔 “한국, 인도, 독일주재 대사관을 비롯해 103개 국가의 컴퓨터 1295대가 중국의 사이버 스파이들에게 침투당했다”는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 발표가 미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미 국방부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중국은 전 세계 컴퓨터 네트워크에 침투하고 조작하는 능력을 키워왔으며 국방관리들은 이를 새롭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군사적 능력이라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사이버 보안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취임 직후 총체적인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른 종합보고서가 다음 주 대통령에게 보고될 예정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