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어깨에 감히 손을?”… 미셸 결례 논란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G20회의 무대 뒷얘기

해리포터 작가 만난 오바마

“나도 독자” 먼저 다가가 악수

백악관 제공 무료전화번호

성인채팅번호로 밝혀져 황당

영국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역사적인 합의내용 외에도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주요국 정상과 부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화제를 뿌렸고 이들의 패션과 사교활동, 외교적 실수 등도 앞 다퉈 해외 언론의 지면을 장식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여사는 왕실 예법을 어겼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2일 버킹엄 궁 리셉션 도중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어깨에 왼손을 얹어 살짝 껴안은 뒷모습이 언론에 공개된 것. 여왕도 오른손으로 미셸 여사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고 있다가 다시 내렸다.

엄격한 왕실 예법에 따라 외부 인사는 여왕의 몸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82세인 여왕이 손님과 신체적 접촉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외신들이 미셸 여사의 결례 논란을 일제히 보도하자 버킹엄 궁은 성명을 내고 “사전에 이에 대한 지침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왕실 예법을 깬 것이 아니다. 이는 상호 간 자발적인 호의 표시”라고 밝혔다. 미셸 여사 측도 “여왕이 먼저 손을 올렸다”고 완곡히 해명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셸 여사는 이번 일정 내내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셸 여사는 3일 런던의 엘리자베스 개릿 앤더슨 여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잃지 말라”고 연설해 폭발적인 환호를 받았다. 미셸 여사는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교육”이라며 “나는 수업 듣는 것, 총명한 학생인 것, A 학점 받는 것을 즐겼다”고 소개했다. 그가 이날 선보인 디자이너 제이슨 우의 파란색 원피스와 진주목걸이 패션 역시 주목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도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독자”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1일 저녁 만찬장 손님으로 초대된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두 딸에게 해리포터를 읽어줬고, 자신도 작품을 모두 읽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내외는 롤링의 사인도 요청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미셸 여사와 달리 여왕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여왕 및 다른 G20 참가국 정상들과 단체사진을 찍은 직후 큰 소리로 “미스터(Mr.) 오바마”라고 외쳤던 것. 이에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던 여왕이 놀란 듯이 뒤를 돌아보며 “무슨 일이죠? 왜 소리를 칩니까?”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 장면이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와 외신 홈페이지 등에 게재되자 누리꾼들은 “그가 또 사고를 쳤다”는 반응을 보였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젊고 잘생긴 데다 선탠까지 했다”고 말했다가 인종차별 발언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황당한 실수는 지구 반대편 백악관에서도 벌어졌다. 런던에서 진행된 미 국무부의 전화 기자회견을 위해 백악관이 제공한 무료 전화번호가 성인전용 채팅번호였던 것. 취재차 전화를 건 출입기자들은 “숨겨진 욕망이 있나요” “아찔한 만족을 원한다면 제대로 찾아왔습니다”라는 등의 섹시한 젊은 목소리에 기겁을 했다. 백악관 직원이 보도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전화번호를 오기(誤記)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다. 백악관은 부랴부랴 대체 번호를 내놓았고 이후 “가장 바보스러운 일”이었다며 사과했다.

○…미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2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차분한 리더십’ 덕택에 금융시스템을 제재하는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독일 정치 전문가인 토마스 잘펠트 켄트대 교수는 “메르켈 총리는 외교 무대에서 위축돼 보였을 정도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G20 회의에서는 여러 국가를 조용히 설득하면서 세계 지도자로서 확실히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런던=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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