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적 답사 떠난다더니…” 날벼락 소식에 유족들 통곡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여행사 설명 듣는 유가족들 15일 예멘 남동부에 위치한 시밤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사망한 한국인 관광객의 유가족들이 16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사고 여행사를 찾아 여행사 관계자에게서 사고 경위와 수습 대책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여행사 설명 듣는 유가족들 15일 예멘 남동부에 위치한 시밤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사망한 한국인 관광객의 유가족들이 16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사고 여행사를 찾아 여행사 관계자에게서 사고 경위와 수습 대책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예멘 자폭테러 한국 관광객 4명 사망

“아내에게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눈시울

유가족들 어젯밤 예멘行… 시신 19일께 돌아올듯

한국인 관광객 4명이 15일 예멘에서 발생한 폭발로 사망한 사고가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자살폭탄 테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16일 침통한 분위기에서 운구 등 수습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번 참사로 부인 김인혜 씨(64·서울 양천구 목동)를 잃은 윤구 전 문화일보 논설주간은 “예멘을 다녀온 친구들의 권유도 있었고 마침 요르단 암만에 개인적으로 친한 가이드도 있어 문화유적 답사를 떠난 것”이라며 “돈을 아껴 여행가는 것이 유일한 낙이던 사람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윤 씨는 “9일 아내가 인천공항에서 여행가방을 끌고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마지막이 됐다”며 “출발 전 예멘 날씨를 궁금해해서 인터넷으로 날씨까지 뽑아줬다”고 말했다.

그는 “출국 당시에는 이런 일이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해서 아내에게 제대로 된 작별 인사말도 건네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 씨의 집에는 김 씨가 그린 그림이 여러 점 걸려 있고, 탁자 위에는 여행사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예멘, 두바이 여행 안내문’이 놓여 있었다.

윤 씨는 “아내의 시신을 예멘에 계속 놔둘 수 있겠는가.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 내 눈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주용철(59), 신혜운 씨(55)는 부부 동반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했다. 두 사람이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 암사동 Y부동산중개업소에는 주 씨 부부의 사망 소식을 들은 이웃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들 부부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주 씨 부부의 Y부동산 인근에서 25년 동안 부동산중개업을 해 왔다는 송모 씨는 “자녀가 없어 단출한 주 씨 부부는 같이 여행 다니는 것이 취미였다”며 “얼마 전 중동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얘기했었는데 사망 소식을 접하고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부부가 금실이 좋고 늘 성실한 데다 돈 있는 티를 내지 않고 검소했다”며 “남편이 재개발조합 일과 상가번영회 일로 바빴는데 최근 일을 마무리하고 아내와 함께 놀러갔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부동산이 세든 상가의 강의수 관리소장(62)은 “평소 부부가 함께 봉사활동도 많이 했다. 아까운 사람들을 잃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망자인 박봉간 전 광주MBC 상무(70)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는 오전부터 박 씨의 가족들이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운구 등 대책을 논의했다.

고인과 언론중재위원회에서 함께 일했다는 주길치 전 언론중재위원회 위원(66)은 “성함이 독특한 분이어서 뉴스에서 사망자 명단을 보고도 설마설마 했다”며 “정말로 이렇게 돌아가셨다니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테마세이투어 여행사 측은 “외교통상부에서 예멘 현지로 파견한 영사와 예멘 당국이 16일 밤 시신 인도에 대한 협의를 마쳤다”며 “시신을 실은 비행기가 이르면 18일, 늦어도 19일에는 예멘을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시신 인도가 예상보다 일찍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해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대기 중이던 박 씨의 유가족 2명과 김 씨의 남편 윤 씨 등 유가족 3명은 16일 오후 11시 55분 인천공항발 항공편으로 예멘으로 출발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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