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엑소더스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7분


모건스탠리-UBS 부회장 이어

도이체은행 M&A 책임자 떠나

“엑소더스(대탈출)가 시작됐다.”

뉴욕 월가에서 활동해온 유력한 금융인들이 경제위기 속에서 대거 월가를 떠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1일 보도했다.

월가 금융회사들은 경제위기 속에서 직원 수만 명을 해고했지만 인수합병(M&A), 주식공모, 채권판매 등으로 큰 수익을 올려줄 수 있는 핵심 인력은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대규모 구제금융을 투입한 미국 정부가 경영에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 규제로 월가에서 고액연봉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금융인들의 재량이 축소되면서 더는 월가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지난주에만 해도 도이체은행의 미국 M&A 분야 책임자 장 마나스 씨, 골드만삭스의 미디어 담당 공동책임자 조지프 래비치 씨, UBS 임원인 제프 사인 씨가 회사를 떠났다. 앞서 로버트 스컬리 모건스탠리 부회장, 로버트 질레스피 UBS 부회장 등 거물들도 회사에서 물러났다.

월가를 떠난 금융인들은 에버코어나 그린힐 등 상대적으로 작은 금융회사에서 자리를 찾거나 아예 일손을 놓고 있다.

이들이 월가에 등을 돌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돈이다. 한때 이들에게 거액을 안겨줬던 스톡옵션의 가치가 폭락하는 바람에 자신이 일한 성과에 대해 보상받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업무 특성상 큰 이익을 올릴 가능성만큼 큰 손해를 볼 위험도 있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도 유력 금융인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그런데 2001년 9·11테러 이후 경기가 악화됐을 때 월가 금융회사들이 중간급 간부들을 대량 해고했기 때문에 지금 월가를 떠난 베테랑들의 빈자리를 채울 인재가 많지 않은 형편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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