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정 이달에 집중
시내 저격수까지 배치
달라이라마 “봉기”경고
중국의 티베트인 거주지역에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티베트 독립봉기 50주년(10일)을 앞두고 중국 정부는 변경지역의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시내 무장순찰을 강화했지만 9일 폭탄테러로 보이는 폭발사건이 발생하는 등 독립봉기가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 참석 중인 장칭리(張慶黎) 티베트자치구 당 서기는 이에 앞서 5일 전국인대 개막식 직후 급히 티베트 자치구의 중심도시 라싸(拉薩)로 돌아가 대규모 봉기에 대비한 여러 조치를 취한 뒤 베이징(北京)으로 돌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독립시위 ‘뇌관’ 3월 집중=중국 지도부가 티베트에서 분리 독립 봉기가 재발할까 가장 노심초사하는 때가 올해 3월이다. 10일 티베트 첫 봉기 50주년을 시작으로 티베트 3차 봉기 1주년(14일), 티베트 강점 50주년(28일) 등 민감한 정치 일정이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1959년 3월의 독립봉기 때는 1만5000여 명이 희생됐다. 티베트 망명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독립봉기로 150여 명이 숨지고 1000여 명이 다쳤다. 게다가 티베트 망명정부는 10일 인도 등 전 세계에서 대대적인 독립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철통 경계=중국 정부는 최근 티베트 자치구는 물론 쓰촨(四川), 칭하이(靑海), 간쑤(甘肅) 성 등 티베트인 거주지역에 수천 명의 무장경찰을 대폭 증강해 배치했다.
무장경찰은 독립봉기의 중심지인 조캉(중국명 다자오쓰·大昭寺), 드레펑(중국명 저벙쓰·哲蚌寺) 등 주요 사원을 봉쇄하고 외부와의 통신을 차단했다.
도로 요소요소엔 검문검색이 강화됐다. 최근엔 외국인과 외지인의 출입도 금지했다. 외신은 시내 중심가에 저격수까지 배치됐다고 전했다.
▽봉기 조짐 잇따라=최근 티베트인 거주지역에서는 갖가지 독립봉기 조짐이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일 쓰촨 성 아바(阿패) 주에서는 티베트 승려 50여 명이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27일엔 20대 승려가 티베트 깃발과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들고 군중이 보는 앞에서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같은 날 칭하이 성 구이난(貴南) 현에서는 100여 명의 티베트 승려가 촛불시위를 벌였다.
최근엔 중국 정부의 티베트 정책에 대한 티베트인 간부들의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아청(阿稱) 쓰촨 성 정협 부주석은 8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거주하는 티베트인 사이에도 독립의 목소리가 있다”며 “중국 정부가 공적만 홍보할 뿐 티베트 정책의 비판과 재검토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 티베트 지역이 평온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74)는 “티베트가 현재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며 언제라도 폭력사태가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주중 한국대사관은 지난달 말 티베트 자치구를 2단계인 ‘여행 자제’에서 3단계인 ‘여행 제한’으로 격상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