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또 피로 물드나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진정한 IRA’ 총격에 영국군 2명 사망… 12년만에 충돌 긴장

7일 밤 영국령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서북쪽 앤트림 공병대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젊은 영국 군인들은 아프가니스탄 파병지로 출발할 비행기가 연기됐다는 소식에 피자 파티를 열기로 했다.

4명의 병사들이 부대 정문으로 걸어 나와 배달된 피자박스를 받는 순간, 길 건너편에서 무장괴한들이 차에 탄 채 자동소총을 쏘아댔다. 정문 앞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병사 2명이 현장에서 즉사했고, 다른 군인 2명과 피자 배달부 2명도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신·구교도 간 유혈충돌이 빈번했던 북아일랜드에서 영국군이 총격사고로 숨진 것은 1997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무장세력의 폭력투쟁이 재개될까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괴한들은 8일 현지신문인 선데이 트리뷴에 전화를 걸어 자신들은 ‘진정한 아일랜드공화군(Real IRA)’ 소속으로 이번 사건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진정한 IRA’는 북아일랜드 무장독립투쟁을 이끈 ‘IRA’에서 떨어져 나온 강경 분파로 1998년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동차 폭탄테러를 주도했다.

북아일랜드에서는 1969년부터 30년간 IRA 등 무장세력과 영국군의 유혈충돌로 37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1998년 ‘굿 프라이데이 평화협정’ 체결과 2007년 신교도 정당과 구교도 정당이 권력을 공유하는 자치정부 출범 이후 폭력사태가 진정돼왔다.

그런데 최근 경제위기를 맞아 과격세력의 활동이 다시 격화됐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경찰에 대한 총격사건이 최근 17개월간 15차례 발생했고 1월에는 벨파스트 남부에서 0.1t의 폭탄이 발견되기도 했다. 급기야 북아일랜드 자치정부는 영국 정보부 ‘특수정찰연대(SRR)’ 소속 병력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피터 로빈슨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총리는 “민간인까지 무자비하게 공격했던 과거의 끔찍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며 테러행위를 비판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어떤 살인 행위도 북아일랜드인 다수가 지지하는 평화협정을 깨뜨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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