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받는 실세’ 가이트너

  • 입력 2009년 3월 9일 02시 57분


재무부 핵심요직 14곳 인선못해 ‘스트레스’

미국 재무부의 핵심직책 인선이 늦어지면서 경제위기 해결사 역할을 맡고 있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나 홀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잇따른 구제금융 투입 결정과 국채발행 등으로 재무부 업무가 폭주한 상황에서 재무부의 주요 직책이 대부분 공석이어서 장관 혼자서 뛰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8일 AFP통신에 따르면 현재 상원 인준을 필요로 하는 재무부의 핵심 요직 15석 가운데 부장관과 법률고문, 국내 금융 및 국제문제 담당 차관직, 구제금융프로그램 담당관 등 14석이 공석이다. 전 정권에서 유임된 스튜어트 레비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만이 현재 재무부의 ‘유일한 차관’이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에 따르면 국제문제 담당 부장관직에 거론됐던 아넷 내저러스 후보는 최근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신문은 “각료 인선이 늦어지는 중요한 원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례 없이 깐깐한 검증 절차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가이트너 장관이 국제문제담당 차관 후보로 지명한 캐롤라인 앳킨슨 후보도 내달 열릴 주요 20개국(G20) 금융 정상회의를 불과 몇 주 앞두고 후보에서 사퇴했다.

이에 따라 재무부는 가이트너 장관의 국제경제 관련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경제학자 테드 트루먼 씨를 임시 기용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크리스티나 로머 의장은 “팀을 최대한 빨리 구성하기 위해 가이트너 장관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밤낮없이 업무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관 혼자 뛰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은 지난달 “지금과 같은 초비상 시국에 그가 혼자 일을 처리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카퍼 상원의원도 5일 가이트너 장관에게 “당신은 분명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8일 공석인 재무부 차관보 후보 3명을 지명했다. 경제정책 담당에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를, 테러자금 담당에는 재무부 출신 변호사인 데이비드 코언 씨를, 법제 담당에는 금융전문가인 킴 월리스 씨를 각각 차관보 후보로 지명했다.

이들도 모두 상원 인준을 통과해야 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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