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맞춤형 광고’ 시대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같은 시간 같은 채널서 지역-계층별로 각기 다른 광고

2009년 8월 1일 오후 8시 55분.

미국 뉴욕 뉴저지의 고급 주택가 주민들이 보는 케이블TV ○○번 채널에는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최신형 모델 광고가 펼쳐진다. 다음 광고는 애완견을 위한 고급 사료와 카리브 해 크루즈여행 상품이다.

같은 시간 히스패닉계가 밀집해 있는 뉴욕 브루클린 서민아파트에서는 채널이 같은데도 광고는 딴판이다. 현대차의 엘란트라(아반떼의 미국 수출 명) 광고에 이어 미국 내 알뜰 여행상품 광고가 스페인어로 나온다.

케이블TV 광고에 ‘꿈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5일 전했다.

케이블TV회사인 케이블비전은 올해 여름경 뉴욕 브루클린과 브롱크스 그리고 뉴저지 주 일부 지역 등 50만 가구를 대상으로 가구별 맞춤형 타깃 광고를 시작한다. 케이블TV 가입 가구의 수입과 인종, 성별, 아이와 애완동물이 있는지 등 개인정보들을 분석해 가구별로 다른 종류의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따로 설치하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광고가 이웃과 다르다는 점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케이블비전은 앞서 1년 반 동안 10만 가구에 대해 이 기술을 시험적으로 실시해 왔다.

결과는 긍정적이다. 타깃광고의 효과가 일반광고보다 훨씬 좋았고 광고주들도 더 많은 광고비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블비전은 5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서 큰 문제가 없을 경우 310만 가구로까지 이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타깃광고의 수준은 매우 정교하다. 현대차를 이미 구매한 가구만을 따로 떼어내 현대차 서비스 광고를 보낼 수 있다. 히스패닉계 가구에는 스페인어로 광고를 내보낼 수도 있는 ‘맞춤형 광고’다.

다른 케이블TV 업체들도 추격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6개 대형 케이블TV 회사들은 지난해 이 기술을 미 전역으로 보급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었다. 한 업체 최고경영자는 “TV가 바보상자에서 탈피해 이제 조금씩 똑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서비스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케이블TV 업체들은 인구학적 통계를 주로 활용하고 가입자들을 익명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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