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예산 절감 ‘마른수건 쥐어짜기’

  • 입력 2009년 2월 25일 02시 59분


“美재정적자 임기내 50% 감축”

대통령 헬기 구입도 “없던일로”

“정부가 구입하려는 대통령 전용 신형 헬리콥터가 전용 항공기만큼 비싸다고 한다. 세금을 잡아먹는 사례로 이보다 더 생생한 게 없을 것이다.”(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

“동감이다. 지금 헬기도 아무 문제없다.”(버락 오바마 대통령)

23일 오후 백악관에서 ‘책임 있는 재정을 위한 회의’가 열렸다. 여야 지도부와 경제전문가 등 120명이 참석했다.

폐막 인사말을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의견을 받겠다고 한 뒤 “존 매케인부터 시작하면 어떨까”라며 존칭 없이 친구를 부르듯 매케인 의원을 지명했다. 대선 때 맞수가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만난 것.

방청석 여섯 번째 줄에서 일어선 매케인 의원은 “미스터 프레지던트”라는 호칭을 쓰면서 헬기 교체 계획인 ‘마린 원’ 프로젝트를 허술한 재정지출 사례로 거론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정부 조달과정 전반에 걸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존, 조달 개혁은 최우선 과제다. 헬기 문제는 이미 국방장관에게 재검토하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지금 헬기도 나에겐 완벽히 적절하다. 알다시피 난 평생 헬기 없이 살아온 사람 아닌가”라며 웃었다. 좌중에서도 폭소가 터졌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내에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1990년대 흑자 재정을 이뤄낸 ‘페이고(Pay Go·pay as you go·빚지지 않는 현금지불원칙)’ 접근법이 제시됐다. 그는 “매우 간단한 개념이다. 돈이 없으면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예산을 쓰고 싶으면 그만큼 다른 곳에서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지금 모든 가정은 매일 ‘페이고’를 가계에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된 마린 원 프로젝트는 30년 정도 된 현 헬기들을 실내 넓이가 18m²로 두 배가량 넓고 최첨단 통신망과 레이더, 미사일 방어 장치, 취사실 화장실 등을 갖춘 첨단형으로 바꾸겠다는 것. 2005년 록히드마틴사와 28대 구입계약을 맺었는데 비용이 기안 단계엔 61억 달러였지만 그 후 112억 달러로 불어났다. 대당 4억 달러여서 보잉747 전용기와 맞먹는 가격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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