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끄러져도 다시 전진” 개혁 박차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7870억달러 경기부양법 서명… 경제살리기 나서

20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제, 안보 분야 개혁정책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스스로 “미국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sweeping) 대책”이라고 지칭한 7870억 달러 경기부양법안에 서명했다. 18일엔 주택 가격 폭락으로 인한 피해가 특히 큰 지역인 애리조나 주 피닉스를 방문해 500억 달러 규모의 주택압류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경기부양책과 주택압류 대책, 그리고 지난주 윤곽을 제시한 금융감독기구 개혁안은 경제난 극복을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삼지창(三枝槍) 정책’으로 굴러가게 된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2차 경기부양책은 없다”고 말했다.

경기부양책 서명식은 17일 오후 태양열 시설이 된 콜로라도 주 덴버 시내 자연과학 박물관에서 열렸다. 태양열 개발 벤처창업자 등 250여 명의 기업인이 지켜봤다.

오바마 대통령은 1100쪽에 이르는 법안에 서명한 뒤 “우리는 아메리칸 드림이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있도록 하는 데 꼭 필요한 일들을 시작했다”며 “이 대책이 곧바로 경제난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끝을 위한 시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앞에 놓인 어떤 과제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 회복에의 길은 곧게 뻗어 있지 않다. 우리는 전진할 것이지만 미끄러질 때도 있을 것이다”라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덴버는 지난해 8월 말 그가 대선후보 지명을 받은 곳이다. 맑은 날이 많아 태양열 에너지 개발 업체들도 몰려드는 곳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차세대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인 것이다.

이날 덴버 서명식은 경제대책을 워싱턴의 당파주의에서 독립시켜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책은 워싱턴이 아니라 국민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부양책 홍보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대통령이 직접 부양책의 지출 계획을 설명하는 동영상도 올렸다.

현 추세대로면 올해 주택 압류건수가 800만 채에 이를 것이란 암울한 전망 속에서 발표된 주택압류 대책은 모기지 회사에 대한 지원을 토대로 주택 구입자들이 부담하는 이자율을 낮춰주고 단기 유예 및 상환기간 연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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