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피랍 한국선원 5명 90일만에 어제 전원석방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매일 불공 드렸는데… 꿈만 같구나”

항해사 유한필씨 어머니 ‘기쁨의 눈물’

“아들이 돌아오면 빚을 내서라도 좋아하는 음식을 다 해줄 겁니다.”

지난해 11월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해적에게 납치됐던 일본 선박회사 소유 화물선 ‘켐스타 비너스’호의 2등 항해사 유한필 씨(29)의 어머니 김묘수 씨(53·여)는 13일 오후 아들의 무사귀환 소식을 전해 듣고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날 “억류됐던 한국인 선원 5명이 오후 9시 30분경(한국 시간) 모두 건강한 상태로 석방됐다”며 “켐스타 비너스호는 공해상으로 나간 뒤 아랍에미리트의 한 항구로 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랍 90일 만이다.

부산 연제구 연산5동 자택에서 낭보를 접한 김 씨는 “그동안 아들이 하루빨리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인근 절에 가서 불공을 드렸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와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김 씨는 “며칠 전에 곧 풀려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그동안 서너 차례 아들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그때마다 ‘밥도 잘 먹고 있고 그리 고생하지 않고 있다’고 안심시키면서 제 걱정보다 내 걱정을 더 많이 했다”고 밝혔다.

4년 전 해군 하사관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 갈 길은 바다와 배”라며 선원 생활을 시작한 유 씨는 형편이 어려운 가족들을 위해 모든 월급을 꼬박꼬박 김 씨에게 보내온 ‘효자’였다고 한다.

켐스타 비너스호의 한국 송출회사 IMS 코리아 양상숙 사장은 “오랜 억류 생활 속에서도 선원들의 건강이 모두 파악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선원들이 해적들의 위협을 이겨내고 무사히 귀국하게 돼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눈물과 고통 속에서 선원들의 무사안일을 기원한 가족들도 정부에 감사하고 있다”며 “곧 선원들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출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풀려난 한국인 선원들은 두바이로 이동해 건강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선원들의 가족 일부는 두바이로 가서 이들을 만난 뒤 함께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켐스타 비너스호는 한국인 5명과 필리핀인 18명 등 총 23명이 승선한 일본 선박회사 소유의 파나마 국적 2만 t급 화물선으로, 지난해 11월 15일 소말리아 아덴 항 동쪽 해상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됐다.

정부는 해상 납치사건이 빈번한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 다음 달 한국형 구축함인 문무대왕함을 파견할 방침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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