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가 다 소진… 물러갑니다”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재정전문가 中위생부 서기 은퇴 선언

“뇌세포가 이미 다 소진됐습니다. 물러가렵니다.”

가오창(高强·65·사진) 중국 위생부 당조(黨組)서기 겸 상무부부장(장관급)이 최근 한 회의석상에서 한 말이다.

가오 서기는 재정 전문가였다. 1967년 임관해 30여 년을 허베이(河北) 성 재정청과 국무원 재정부 등 재정 분야에서 일했다.

그가 위생부로 온 것은 중증급성호흡기중후군(SARS·사스) 사태로 중국이 발칵 뒤집혔던 2003년 4월. 위생부장을 맡은 우이(吳儀) 전 부총리와 함께 위생부 상무부부장 겸 당조서기로서 ‘소방수’로 투입돼 사태를 무난히 해결했다.

2년 뒤 그는 우 전 부총리에 이어 위생부장 자리에 올랐다. 2007년 6월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비(非)공산당 간부 우대 인사정책과 나이 제한에 걸려 위생부장 자리를 천주(陳竺·56) 당시 중국과학원 부원장에게 물려줬지만 여전히 당조서기와 상무부부장을 맡아 ‘사실상 위생부의 1인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위생부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특히 최근엔 대형 위생관련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그를 계속 괴롭혔다.

지난해 1월 일본에서 중국의 농약만두 사건이 터졌고, 4개월 뒤엔 8만70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원촨(汶川)대지진이 발생했다. 이어 9월엔 29만6000여 명의 신장결석 환자를 유발한 멜라민 분유사건이 터졌고 조류인플루엔자(AI)도 아직 진행형이다.

또 국민의 원성이 자자한 의료계의 불친절과 비리는 고질적인 문제다. 뇌세포가 소진됐다는 말은 이런 상황에서 위생부 최고책임자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고충의 표현인 셈이다.

그는 위생부를 떠나지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예산공작위원회에서 주임(장관급)직을 맡을 예정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