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법 ‘보수의 반격’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9분


美 케이토연구소, 주요신문에 “반대” 광고… 헤리티지재단 회의론 제기

민주의원 일부도 “상원서 부결 가능성”

“대통령, 우리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가 최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일간지에 게재한 전면광고 제목이다.

작은 정부와 자유경쟁 시장을 지향하는 이 연구소는 광고에서 1월 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했던 “(경기부양책 마련을 위한) 정부의 행동을 요구하는 데 있어 (여야) 의견 불일치는 없다”는 발언에 대해 “그 발언은 틀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소는 광고에 경제학자 200명의 이름까지 연명하면서 “우리는 정부 지출의 증가가 경제 회복의 길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과거 1930년대 후버, 루스벨트 대통령이나 1990년대 일본의 재정지출 확대 모두 경기침체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수우파 이념의 산실 격인 헤리티지재단도 홈페이지 상단에 ‘좌파가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헤리티지재단은 답을 가지고 있다’며 현재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819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의 실효성에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 재단은 “오바마 정부의 적자재정 운용은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를 그야말로 난장판(shamble)으로 만들 것”이라며 “경기부양책은 미국 가구당 1만520달러의 가계부채를 새로 떠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경기부양법에 대한 이 같은 미국 내 보수세력의 반대 목소리는 의회에서도 격화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하원에 상정된 법안이 통과됐지만 표결에 참가한 공화당 의원 177명이 전원 반대표를 던져 보수표의 결집을 보여줬던 게 대표적이다. 2일부터 심의가 열리는 상원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공화당 상원 원내부대표인 존 카일 의원은 1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경기부양법안의 근본적인 접근법이 잘못됐다”며 “이 법안의 지지층이 점차 와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CBS방송에 출연해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안에서조차 법안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의원이 늘고 있다”며 상원 부결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공화당은 효과가 의문시되는 재정지출 확대로는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없으며 경기부양법안에 세금감면 조치가 대폭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되려면 60표를 확보해야 하며 현재 의석 분포는 민주당 56석,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2석, 공화당 41석 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 민주, 공화 양당의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상원에서 심의, 표결을 앞둔 경기부양법안 처리와 관련한 초당적인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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