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교회 최고 수장 자리인 총주교에 메트로폴리탄 키릴(62·사진) 대주교가 선출됐다.
27일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키릴 대주교는 모스크바 구세주성당에서 열린 총주교 투표에서 제16대 총주교에 올랐다. 이번 선출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처음이다. 키릴 대주교는 지난해 12월 알렉세이 2세 총주교가 타계한 뒤 직무대행을 해왔다.
레닌그라드 주에서 성직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22세에 정교회에 입문했으며, 종교의 자유가 사실상 없던 1976년 주교에, 1984년 대주교에 각각 임명됐다.
20여 년간 정교회 대외 업무를 총괄해왔으며 최근 보수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티칸 교황청과도 대화를 모색해 개혁 성향 성직자로 꼽혀왔다.
러시아 정교회는 1054년 유럽 교회의 대분열 이후 거의 1000년간 가톨릭과 긴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최근에는 옛 소련 국가에서의 가톨릭 선교 활동을 두고 교황청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키릴 총주교의 선출로 교황청과 러시아 정교회의 화해와 함께 교황의 러시아 방문이 이뤄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키릴 총주교는 선출을 앞두고 “두 종교 간 긴장 관계가 풀리면 교황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바티칸도 이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러시아 정교회는 소련 시절부터 정치권과 유착해온 데다 키릴 총주교도 대주교 임명 당시 국가안보위원회(KGB) 요원들에 의해 임명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그가 교회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도 주목된다. 러시아 정교회 신도는 러시아와 옛 소련 국가 등을 포함해 전 세계 1억100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