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표 법안은 ACS에 물어라

  • 입력 2009년 1월 24일 02시 56분


2000년 결성된 민주당 성향 법률가단체

법무-수석비서 요직 배출 싱크탱크 부상

“머잖아 미국은 진보성향의 법률가들이 이끌어가게 될 겁니다. 새 정부는 가치를 공유하는 인재들을 찾아 나설 테고, 인재 중 상당수가 ACS에서 배출될 겁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법무부 부장관을 지낸 흑인 법률가 에릭 홀더 씨는 지난해 6월 ‘미국헌법 소사이어티(ACS·American Constitution Society for Law and Policy)’ 연차 총회에서 예언가처럼 ‘ACS 전성시대’를 언급했다.

그로부터 7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ACS는 실제로 명실상부한 실세그룹으로 부상했다.

출범 사흘째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숨 가쁘게 쏟아내는 개혁조치 대부분이 ACS 출신들의 손에서 나오고 있다.

취임 첫날 나온 관타나모 수용소의 모든 법률절차 중지 명령,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임기 말 만든 행정법규 중단도 이들의 손을 거쳤다.

ACS는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후보가 대법원의 재검표 중단 결정으로 부시 후보에게 패배하자 고어 후보 법률 조언을 했던 조지타운대 법대 피터 루빈 교수를 중심으로 민주당 성향의 법률가들이 결성했다.

그 후 8년간 ACS는 절망과 한숨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보수성향 법률가 단체인 ‘연방주의 소사이어티(FS·Federalist Society)’ 출신 율사들이 백악관과 각 부처 법무실을 사실상 장악한 채 미국을 움직이는 동안 ACS는 토론회, 보고서 발간 등으로 대항 논리를 세우며 방어에 급급해야 했다.

하지만 조직은 급속히 커져 165개 법대에 195개 지부가 생겼고 30개 도시에 변호사 조직이 만들어졌다. 현재 회원은 1만3000명으로 FS(2만 명)를 추격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탈(脫)이념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지만 일선 행정은 A에서 Z까지 법률가의 손을 필요로 하고 결국 기댈 곳은 ACS다. 이미 ACS 이사인 홀더 씨가 법무장관에 내정됐고, 회장인 리사 브라운 씨는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모든 보고서를 최종 점검하는 자리(staff secretary·수석비서)를 맡았다.

ACS 총회의 단골 연사 명단은 새 정부 실세의 집합이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그레그 크레이그 백악관 법률실장을 비롯해 앨 고어 전 부통령, 그리고 민주당 성향 대법관들도 단골 연사다.

FS가 “헌법은 시대에 따라 변용되는 게 아니라 확정된 것”이라며 헌법 문구 자체를 중시하는 데 비해 ACS는 사회 변화를 헌법 해석에 적용해야 한다는 이론을 펴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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