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권위 ‘로즈장학생’ 올해 美 한인 2세 1명 선발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2시 59분


컬럼비아대 박지성 씨

“이웃에 헌신적 봉사 기본…이슈 좇는 진지함도 중시”

'고통 받는 이웃에의 관심과 헌신적 봉사, 어떤 주제든 끝까지 파고드는 집중력, 운동·취미활동에의 열정,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21세기 세계를 이끌어갈 인재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무엇일까.

세계 최고 권위의 장학생 선발 기관인 로즈장학재단은 최근 2009년도 장학생 명단을 발표했다.

동아일보는 26일 미국 워싱턴 근교 비엔나 시에 있는 로즈장학재단 미국 지부의 도움을 받아 올해 선발자들의 특징을 분석해봤다.

미국인 선발자 32명 가운데는 한국계 2세인 박지성(22) 씨도 포함돼 있다.

▽특정 주제에의 열정적 관심=컬럼비아대 4학년인 박 씨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열대림 보존 등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심이 많아 대학 내내 집중했다"고 말했다.

캔서스대에서 지리과학을 가르치다 은퇴한 박춘병 박사의 1남1녀 중 장남인 박 씨는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환경과 경제'라는 주제에 천착했다.

1학년 때는 호주 퀸스랜드의 열대림 연구소를 찾아가 4개월간 공부했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한 대학저널의 편집인으로도 활동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말이 유창한 박 씨는 "올 여름 로즈장학생 추천 담당 학장의 권유로 지원을 준비했다"며 "내가 좋아서 한 거지만 한 이슈에 진진한 관심과 열정을 보인 점이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컬럼비아대에선 18명이 추천을 받아 7명이 최종 심사까지 올랐으나 박 씨만 선발됐다.

펜실베이니아대의 애비게일 셀딘(여) 씨는 지역 원주민인 르나페 인디언의 삶과 역사적 흔적을 계속 연구하다 올가을 그들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회를 대학 박물관에서 개최했다.

이밖에 소설 다빈치 코드의 주인공들처럼 중세 뮤지컬 원고의 복원에 수년간 매달린 학생 등 각자의 관심사에 진지한 관심을 쏟은 학생들이 많이 선발됐다.

▽봉사와 헌신=매사추세츠공대(MIT)를 올 1월 졸업한 알리아 위트니 존슨(22·여) 씨는 일곱 살 때부터 구슬 장식을 만드는 걸 좋아했다. 열아홉 살 때는 이를 사업으로 발전시켜 돈도 벌었다.

그는 대학에서 우연히 스리랑카 지진해일(쓰나미) 피해자 돕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스리랑카에서 강간을 당해 임신한 10대 초반 소녀들이 모여 있는 보호소를 우연히 찾았던 그는 아픔을 느꼈다. 이후 소녀들에게 구슬 보석 만들기를 가르쳤고 소녀들이 만든 구슬을 팔아 번 수익금을 18세가 되면 자립자금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비영리 조직을 만들었다

워싱턴 근교 리즈버그 시에 사는 루커스 브라운(22) 씨는 대학에서 지역 내 오염물질 배출현황 지도를 만드는 학생 조직을 만들었다. 학교 내 카풀도 주도했다. 에너지 보존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동료 학생들에게 연구자금을 대부해주는 기금도 만들었다.

노스웨스턴대의 맬러리 드와이널(21) 씨는 노숙자 센터에서 수년째 1주일에 사흘씩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빈민가 아이들을 위한 튜터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공부와 운동, 취미활동 모두 만점=스워스모어대가 배출한 첫 로즈장학생인 케이틀린 멀라키(여) 씨는 여학생 축구팀 주장이다. 대학 내 장애물 경마 1인자이기도 하다. 생물학을 전공하는 그는 지역 의학센터 활동에 참여해 단백질과 녹내장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미네소타대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하는 애슐리 노드 씨는 주(州) 여자 트랙 장대높이뛰기 기록을 갖고 있으며 대학편지쓰기 경진대회에서도 네 차례나 우승했다.

대학 풋볼스타인 플로리다주립대 의대 진학 준비반의 마이런 롤 씨도 선발됐다.

로즈장학재단 미국 지부의 엘리엇 거슨 사무총장은 "높은 학업 성취도는 기본이고 성실성과 진지함, 이타적 자세, 타인과 세상에 대한 진지한 관심, 육체적 활력을 중시한다"며 "최근 장학생 배출 학교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로즈장학생:

1902년 영국인 세실 로즈 남작이 설립한 장학제도. 매년 미국인 30여 명을 포함해 각국에서 80명 정도를 뽑아 옥스퍼드대에서 2, 3년간 공부시킨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 등 미국 내 많은 지도급 저명인사들이 로즈 장학생 출신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 정권인수팀의 수전 라이스 외교안보 담당 선임인수위원을 비롯해 차기 행정부 요직 후보그룹에도 로즈장학생 출신이 많이 눈에 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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