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미식도시’ 2관왕 비법,두 ‘초밥왕’ 장인정신 속에 있다

  • 입력 2008년 11월 20일 03시 00분


도쿄, 미슐랭가이드 발표 ‘★★★’ 음식점 9곳으로 1위

오노씨, 예약손님 요리 위해 75년간 30분 예행연습

미즈타니씨, 입문때 4년 화장실 청소만… 위생관리 철저

일본 도쿄(東京)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세계 최고 ‘미식(美食) 도시’라는 왕관을 썼다.

음식점 평가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미슐랭가이드는 ‘도쿄편 2009년판’의 개요를 18일 발표했다.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은 음식점은 9곳으로 프랑스 파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3위인 미국 뉴욕에 비해 6곳이나 많은 수치다. 도쿄의 음식점이 받은 별 수를 모두 합하면 173개로 지난해에 이어 단독 1위를 차지했다.

도쿄가 미식의 본고장인 파리를 제치고 2년 연속 세계 최고의 영예를 누린 비결은 무엇일까.

오노 지로(小野二郞·83) 씨와 미즈타니 하치로(水谷八郞·61) 씨가 각각 운영하는 초밥 집 스키야바시지로와 스시미즈타니를 보면 그 비결을 살짝 엿볼 수 있다.

두 곳은 나란히 별 3개를 받았다는 점 외에도 모두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작은 음식점이란 게 공통점. 수용 인원은 스키야바시지로가 23명, 스시미즈타니가 14명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일본 음식점 특유의 친절한 서비스를 맛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골이 아닌 고객 중에는 무시를 당했다며 불쾌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미슐랭가이드가 두 초밥 집을 일본의 쌍벽으로 평가한 이유는 요리인으로서 두 사람이 보여 주는 완벽주의 때문이다.

오노 씨는 80세를 넘긴 고령임에도 가게가 문을 여는 날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출근한다. 요리 경력이 무려 75년에 이르지만 예약 고객에게 제대로 된 초밥을 대접하기 위해 반드시 30분 정도 예행연습을 한다.

오노 씨는 40대 때부터 여름에도 장갑을 끼고 외출하는 습관을 지켜오고 있다. 손에 작은 상처라도 나면 손님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고, 굳은살이 생겨 손끝의 감각이 무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초밥을 만들 때 손등에 밥알 하나가 붙었다는 이유로 ‘솜씨가 무뎌졌다’고 자책했을 정도로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위생관리에 대한 완벽주의는 더 철저하다.

일본의 저명한 요리평론가인 야마모토 마스히로(山本益博) 씨의 저서 ‘지복(至福)의 초밥’에 따르면 보건소 직원들이 위생검사를 나왔다가 주방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려 했다는 일화가 남아 있을 정도다.

생선을 다루는 초밥 집임에도 불구하고 가게에서 생선 비린내를 풍기는 일은 없었다.

오노 씨의 제자인 미즈타니 씨도 장인정신과 위생관념이 투철하기는 마찬가지다. 미즈타니 씨는 초밥 수업을 처음 받은 요시노에서 처음 4년간 화장실 청소만 했을 정도로 기초를 중시하는 교육을 받았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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