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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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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제조업지수 38.9… 실물경기 급속 악화
자금난 전업종으로 확산… 매장 폐쇄-해고 사태
《미국 제조업 경기가 26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실물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미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의 지난달 판매량은 1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등 미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자동차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자금난이 정보기술(IT) 바이오 유통업계 등으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미국 경기침체가 갈수록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JP모간 지수, 산정 이후 최저치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10월 제조업 업황지수가 38.9로 1982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3일 발표했다.
이 지수가 50을 웃돌면 경기가 확장 국면에 있음을, 50을 밑돌면 경기가 위축 국면에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지수가 40 선 아래로 떨어지면 경기상황이 이례적으로 악화됐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미국 제조업이 이미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10월 제조업 업황지수 38.9는 9월의 43.5보다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 41.5보다도 부진한 것이다.
이에 대해 10월에는 금융위기에 허리케인 ‘아이크’ 피해가 겹치면서 제조업 전 부문에 걸쳐 수요 감소에 따른 조업부진 현상이 나타났다고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제조업 부진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 제조업 상황을 보여주는 JP모간 글로벌 제조업지수(PMI)는 10월 41.0으로 전달의 44.7에서 더 떨어지면서 1998년 1월 지수 산정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 보도했다. 5개월째 50을 밑돈 것이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중국 러시아 등 세계 주요국 제조업 관련 자료를 종합해 산정하는 이 지수 역시 50 밑으로 떨어지면 제조업 위축을 의미한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 자동차 시장은 GM의 10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45% 감소하는 등 찬바람이 불고 있다. 미 자동차 시장은 12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17년 만에 가장 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GM은 3일 “10월 판매대수가 16만8719대로 지난해 10월보다 45% 감소했다”며 “인구 증가를 감안하면 지난달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판매실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잘나가던 도요타도 작년 10월의 19만7592대에서 23% 감소한 15만2101대를 판매해 불황을 비켜가지 못했다. 포드자동차도 지난해보다 30% 줄었다. 혼다와 닛산자동차, 크라이슬러 판매량도 각각 25%, 33%, 35% 감소했다.
한국 현대자동차는 전년 대비 31% 감소한 2만820대를, 기아자동차는 38% 줄어든 1만5483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 전기료 연체로 단전 가구 증가
금융위기에 따른 미국 기업의 자금난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3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2위 가전 유통업체인 서킷시티는 미국 내 매장 700곳 중 155곳을 올해 말까지 폐쇄하고 직원 수천 명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신발 할인유통업체로 7월 파산보호 신청을 낸 ‘슈 퍼빌리언’은 올해 재고정리 할인 판매가 마무리되는 대로 미 전역의 64개 매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테크 업계도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대량 부도 위기에 처했다. 미 바이오테크산업협회 조사 결과 미국 내 370개 소규모 바이오테크 기업 중 38%가 6개월 또는 1년 이하의 운영비 정도만을 확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미국 경기위축으로 실업률이 상승하고 소득이 줄면서 미국 전역에서 전기와 가스요금 연체에 따른 단전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일 보도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