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73·사진)가 40년 가까이 추구해온 ‘독립 포기, 다짱취(大藏區) 고도자치(高度自治) 쟁취’라는 중도노선을 곧 폐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콩의 밍(明)보는 달라이 라마가 최근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열린 공개 강연에서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AP통신 등을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달라이 라마의 ‘고도자치’ 포기는 곧바로 티베트 망명정부가 ‘독립 추구’라는 강경노선으로 돌아설 것임을 뜻하는 것으로 앞으로 중국과 티베트인 간의 갈등이 더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달라이 라마는 강연에서 “그동안 중국인과 티베트인 간의 상호 공영이라는 취지에서 독립을 포기하고 고도자치를 요구했지만 ‘베이징(北京·중국 중앙정부를 의미)’은 한 번도 (내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베이징 당국에 대한 나의 믿음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이제 티베트의 장래 문제를 전체 티베트인에게 넘기고자 한다”며 “다음 달 ‘티베트 미래 특별대회’를 열어 민중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달라이 라마의 이 같은 심경 변화는 망명정부 내 강경파의 반대에도 대승적 차원에서 ‘독립 포기’라는 유화적 자세로 중국 정부와 장기간 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달라이 라마 대변인 자르뤄디(甲日洛迪) 씨는 14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달 말로 예정된 8차 협상에서도 실질적 진전이 없다면 티베트 망명정부는 더는 협상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이어 “그 누구도 티베트인에게 독립을 포기하고 중도노선을 걸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달라이 라마는 일본 후쿠오카(福岡) 현 불교연합회 초청으로 31일 일본을 방문해 일주일간 머물면서 도쿄(東京)와 기타큐슈(北九州)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외교-국방은 중국에, 내치는 알아서
○다짱취 고도자치란 달라이 라마가 1970년 처음 제창한 것으로 외교와 국방은 중국에 맡기되 내치(內治)는 티베트인이 알아서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티베트를 지원하던 미국이 중국과 수교 움직임을 보이자 달라이 라마는 독립이 실질적으로 무리하다고 보고 노선을 바꿨다. 다짱취란 현 티베트 자치구뿐 아니라 원래 티베트 땅이었다가 현재 칭하이(靑海) 성과 간쑤(甘肅), 쓰촨(四川), 윈난(雲南) 성으로 분할, 분리된 지역까지 포함한다. 티베트 자치구는 122만8400km²에 불과하지만 다짱취는 240만 km²에 이른다. :티베트-중국 갈등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