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강경선회’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0월 28일 03시 00분



“중국은 내게 한번도 귀기울이지 않았다”
“내달께 주민대회 열어
티베트의 장래 물을것”

독립포기 노선 폐기땐
중국과 갈등 격화될듯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73·사진)가 40년 가까이 추구해온 ‘독립 포기, 다짱취(大藏區) 고도자치(高度自治) 쟁취’라는 중도노선을 곧 폐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콩의 밍(明)보는 달라이 라마가 최근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열린 공개 강연에서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AP통신 등을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달라이 라마의 ‘고도자치’ 포기는 곧바로 티베트 망명정부가 ‘독립 추구’라는 강경노선으로 돌아설 것임을 뜻하는 것으로 앞으로 중국과 티베트인 간의 갈등이 더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달라이 라마는 강연에서 “그동안 중국인과 티베트인 간의 상호 공영이라는 취지에서 독립을 포기하고 고도자치를 요구했지만 ‘베이징(北京·중국 중앙정부를 의미)’은 한 번도 (내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베이징 당국에 대한 나의 믿음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이제 티베트의 장래 문제를 전체 티베트인에게 넘기고자 한다”며 “다음 달 ‘티베트 미래 특별대회’를 열어 민중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달라이 라마의 이 같은 심경 변화는 망명정부 내 강경파의 반대에도 대승적 차원에서 ‘독립 포기’라는 유화적 자세로 중국 정부와 장기간 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달라이 라마 대변인 자르뤄디(甲日洛迪) 씨는 14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달 말로 예정된 8차 협상에서도 실질적 진전이 없다면 티베트 망명정부는 더는 협상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이어 “그 누구도 티베트인에게 독립을 포기하고 중도노선을 걸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달라이 라마는 일본 후쿠오카(福岡) 현 불교연합회 초청으로 31일 일본을 방문해 일주일간 머물면서 도쿄(東京)와 기타큐슈(北九州)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외교-국방은 중국에, 내치는 알아서

○다짱취 고도자치란
달라이 라마가 1970년 처음 제창한 것으로 외교와 국방은 중국에 맡기되 내치(內治)는 티베트인이 알아서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티베트를 지원하던 미국이 중국과 수교 움직임을 보이자 달라이 라마는 독립이 실질적으로 무리하다고 보고 노선을 바꿨다. 다짱취란 현 티베트 자치구뿐 아니라 원래 티베트 땅이었다가 현재 칭하이(靑海) 성과 간쑤(甘肅), 쓰촨(四川), 윈난(雲南) 성으로 분할, 분리된 지역까지 포함한다. 티베트 자치구는 122만8400km²에 불과하지만 다짱취는 240만 km²에 이른다.
:티베트-중국 갈등 역사:

1913. 1 달라이 라마 13세, 청나라 군대 몰아내고 독립 선언

1949. 10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950. 10 중국 인민해방군, 티베트 공격 강제 합병

1950. 11 중국, 티베트 지역 절반을 떼어내 칭하이, 쓰촨, 간쑤, 윈난 성에 편입

1951. 5 달라이 라마 14세, 중국의 강요로 중국 정부와 17개 합의 조인

1959. 3 민중봉기 실패 뒤 달라이 라마 인도로 망명. 중국 12만 명 학살설

1965. 9 중국, 티베트족 전체 거주지역 중 절반만 자치구로 출범시킴

1987. 10 티베트 대규모 독립 시위. 중국 정부 유혈 진압

1995. 5 달라이 라마 14세가 지목한 제11대 판첸 라마 납치 구금

2006. 7 칭짱(靑藏)철도 개통. 티베트의 한화(漢化) 가속화

2008. 3 대규모 독립 봉기 ‘다짱취(大藏區)’ 곳곳서 발생

2008. 10 중국, 티베트 망명정부 자치협상 최종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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