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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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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연계 첨단車 개발 위해 市 교통시스템 개혁실험
기업도 주민 25% 직원채용 지역실업률 3.3% 獨서 최저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의 주도(州都)인 뮌헨에서 아우토반을 따라 북쪽으로 1시간 정도 달리자 잉골슈타트로 향하는 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왔다. 이윽고 4개의 동그라미가 한 줄로 맞물린 아우디의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아우디 타운’이다.》
본사 사옥과 공장을 비롯해 박물관, 콘서트홀, 차량 출고센터, 고객센터 등 아우디 타운의 면적은 200만 m². 모나코왕국(195만 m²)보다 넓다. A3, A4, Q5 모델 등 연간 100만 대가 여기서 만들어진다.
잉골슈타트 시 전체 인구 12만3000여 명의 25.2%인 3만1000여 명이 아우디에서 일하고 있다. 또 이 도시에 세금을 내는 납세자(7만6000여 명)의 40.1%가 아우디 직원이다.
○ 아우디가 원하는 것이라면…
잉골슈타트 시는 지역경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아우디를 극진히 대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우디 공장 바로 옆에 있는 연면적 3만 m² 규모의 물류센터다.
잉골슈타트 시는 1995년 아우디에 물류센터를 무상으로 만들어줬다. 당시 소형차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고전하던 아우디가 자동차부품을 공급받기 위한 물류센터가 절실하다고 하자 시는 불과 1년 6개월 만에 물류센터를 완공했다.
슈비츠 마티나 잉골슈타트 시 경제진흥원 대변인은 “아우디가 잘되는 게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우리는 아우디가 원하는 것이라면 곧바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아우디의 자동차 판매는 이 물류센터 덕에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신장세를 이어갔다. 1996년 49만여 대였던 판대 대수는 지난해 120만여 대로 늘었다.
조아킴 코르샤겐 아우디 홍보담당 매니저는 “공장 바로 옆에 물류센터가 들어서 물류비용을 줄이는 효과 외에도 부품을 제때 공급받을 수 있게 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수요 감소로 다른 글로벌 경쟁회사들이 인원을 감축하는 상황에서도 아우디는 지난해 잉골슈타트에서만 600여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올해도 800여 명의 대학 졸업생과 700여 명의 견습생을 새로 고용했다.
이 물류센터는 결과적으로 잉골슈타트 시에도 도움이 됐다.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은 물류센터가 완공됐을 당시 415명에서 현재 2600여 명으로 늘어났다.
○ 잉골슈타트 시의 교통 실험
도나우 강이 흐르는 잉골슈타트는 곳곳에 고딕양식과 바로크양식의 건축물이 있는 유서 깊은 도시다.
이 고풍스러운 도시에서는 첨단 교통시스템 구축을 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가 신호등에 안 걸리고 달릴 수 있게 하는 이 시스템의 이름은 ‘트래볼루션(Travolution)’. 교통(Traffic)과 혁명(Revolution)을 합친 말이다.
신호등이 언제 바뀌는지 무선통신으로 자동차에 알려주면 자동차 계기반에는 다음 신호등에서 빨간불을 피하기 위해 현재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려야 하는지가 나타난다. 운전자가 이 속도대로만 주행하면 빨간불에 걸리지 않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 된다.
멈추지 않고 달리기 때문에 연료소비효율을 크게 높이고 자동차의 공회전을 줄일 수 있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크게 감소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잉골슈타트 교통관리국과 아우디 자동차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잉골슈타트 시는 시내 46개 신호등에 시스템을 설치했고 아우디는 A5와 A6 아반트 한 대씩을 테스트 차량으로 제작했다.
프로젝트가 결실을 보면 아우디는 차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시스템을 장착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잉골슈타트 시는 신호등에 걸리지 않는 교통의 ‘유토피아’가 된다. 양측이 ‘윈윈’하게 되는 것이다.
○ 市 전체가 ‘아우디 커뮤니티’
아우디를 기반으로 한 지역 커뮤니티가 잘 발달해 있는 것은 잉골슈타트 시와 아우디가 긴밀한 관계를 맺는 데 한몫하고 있다.
아우디는 독일 프로축구 2부리그 팀인 FC 잉골슈타트의 최대 후원사다. 축구 전용경기장 증축 비용도 아우디가 대기로 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산뜻한 모습으로 단장한 경기장 곳곳에서 아우디 로고를 볼 수 있게 된다.
아우디는 주민들의 문화 여가생활을 위해 콘서트홀도 만들었다.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콘서트홀에서는 연간 200회의 크고 작은 공연이 계속된다.
토마스 보겔 아우디그룹 건축담당 매니저는 “아우디 직원들과 잉골슈타트 시 공무원들은 처음에는 일 때문에 만나지만 축구장이나 공연장, 지역축제 등에서 볼 기회가 많아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우디는 내년 9월 개교를 목표로 직원 자녀들이 아닌 지역 주민들도 다닐 수 있는 국제학교를 만들고 있다. 아우디의 자체 소방대는 가까운 곳에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출동한다. 아우디 소방대가 잉골슈타트 시 소방체계에 편입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코르샤겐 매니저는 “잉골슈타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아우디는 시와 지역주민들의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잉골슈타트=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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