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선택 2008]매케인, 9%P차 뒤집을 역전타는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0월 9일 02시 59분



美대선 2차 TV토론

《미국 대선 양당 대통령후보 간 제2차 TV토론이 7일 저녁 테네시 주 내슈빌의 벨몬트대에서 열렸다. 투표일을 4주 남겨두고 열린 이날 토론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승세 굳히기’냐,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막판 역전의 발판 마련’이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승부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토론은 사실상 무승부로 끝났다. 오바마 후보가 최대 9%포인트(갤럽 7일 발표)나 앞서고 있는 판세를 바꿀 만한 ‘사건’은 없었다.》
“모기지 이자 재협상”“금융위기 책임” 공방

CNN 여론조사, 오바마 54%-매케인 30%






이날 토론은 둥글게 둘러앉은 청중이 질문을 던지고, 간간이 사회자(NBC방송 앵커 톰 브로코)가 인터넷으로 접수된 질문을 얹는 방식으로 90분간 진행됐다.

청중과 직접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방식 때문인지 지난 주말부터 가열됐던 인신 공격성 발언이나 이념적 뿌리 검증 문제는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후보는 무대를 돌아다니며 열정적으로 답변하다 질문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공격성 발언을 끼워 넣는 등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매케인 후보는 지난달 26일의 1차 토론에 이어 이날도 수차례 공격적인 어조를 드러냈다.

토론의 3분의 2가량은 금융위기에, 나머지는 외교안보 이슈에 집중됐다.

매케인 후보는 “주택시장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경제가 계속 휘청댈 것”이라며 정부가 불량 모기지를 사들인 뒤 떨어진 집값에 근거해 모기지 이자율을 재협상하는 내용의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오바마 후보는 “현재의 금융위기는 지난 8년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실정과 그에 동조해 온 매케인의 정책에 대한 최후의 심판”이라며 ‘부시-매케인 공동책임론’을 주장했다.

‘차기 정부의 재무장관으로 누구를 임명하겠느냐’는 질문에 오바마 후보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을, 매케인 후보는 멕 휘트먼 전 이베이 최고경영자를 거론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매케인 후보는 “오바마는 이라크전쟁 병력 증파 논의와 그루지야 사태 때 잘못된 판단력을 보여줬다”며 “국가안보엔 경험과 판단력이 중요한데 ‘대통령 직업훈련’을 할 시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바마 후보는 “매케인은 부시 대통령을 부추겨서 이라크전쟁을 벌이도록 했다”고 반박했다.

한반도 관련 언급은 세 대목에서 나왔지만 1차 토론 때 발언이 거의 그대로 반복됐다.

특히 오바마 후보는 “일본이나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연료 소비 효율이 높은 차를 만들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차세대 연비 기술 경쟁에서 한국 업체들이 앞서 가는 상황이 아닌데도 오바마 후보의 머릿속엔 ‘한국 차=연비 효율성 관련 기술이 좋다’는 관념이 각인된 것으로 보인다.

또 매케인 후보가 ‘말은 부드럽게 하되 몽둥이는 큰 걸 들고 다니라’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면서 “오바마 후보가 말만 요란하게 한다”고 비난하자 오바마 후보는 “북한을 절멸시켜야 한다고 요청한 사내는 바로 매케인”이라고 반박했다.

토론 후 CNN과 CBS방송이 실시한 조사에서 각각 54% 대 30%, 40% 대 26%로 오바마 후보가 더 잘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종반전으로 접어든 대선전은 △15일의 마지막 TV토론 △보수진영의 ‘오바마 이념 뿌리 캐기’ 공세 등이 막판 변수로 남아 있지만 현재처럼 경제위기가 계속 압도적 이슈가 될 경우 오바마 후보의 승산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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