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바르샤바 국가들, 부시에 SOS

  • 입력 2008년 10월 3일 02시 58분


그루지야戰 이후 러 침공 불안감… 잇달아 미군주둔 요청

냉전 시절 옛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폴란드 체코 발트3국이 앞 다투어 미군 주둔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국을 방문한 발다스 아담쿠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군사 원조를 요청했다고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가 1일 보도했다.

리투아니아 의회는 미군 기지를 ‘유치’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추진할 정도다. 2004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 이 나라는 나토 공군에 국경 순찰 임무를 맡기기도 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은 올해 8월 그루지야전쟁 이후 러시아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보여 왔다.

최근 라트비아 수도 리가의 한 은행에 다니는 카스파르스 카울링슈(47) 씨는 “러시아가 언제 이웃국가를 침공할지 몰라 모두가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1999년 나토에 가입한 체코와 폴란드 정부도 올해 미국의 미사일방어(MD)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미군 주둔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폴란드는 미국 MD기지를 수용한 대가로 패트리엇 미사일, 200억 달러에 이르는 군사지원과 함께 상호 안보조약 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 MD의 핵심 요소인 레이더 기지를 유치하기로 한 체코도 미군에 도움 요청을 보내고 있다.

이들 국가는 1955년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이었다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나토의 ‘우산’ 아래로 들어가 러시아 외교가에선 신(新)바르샤바 블록으로 불린다.

이 블록에 속한 국가들은 최근 반(反)러시아 노선을 펴고 있지만 아직은 러시아에 대응할 만큼 충분한 국방력을 키우지 못했다.

그렇다고 나토가 확실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준다는 보장도 없다. 미국은 지난달 런던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담에서 200∼300명 규모의 신속 대응군을 이 블록에 파병하는 안을 올렸다가 유럽 국가들의 반대에 부닥치기도 했다.

러시아 안보전문가들은 “이라크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유럽에서 미군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전 세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배치가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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