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원조는 1557년 스페인 국가부도”

  • 입력 2008년 9월 25일 02시 54분


전쟁자금 빌려준 유럽은행들 대거 몰락

1637년 네덜란드선 튤립뿌리 투기 광풍

국가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의 금융위기는 언제 처음 발생했을까.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두 경제 편집인인 게랄트 브라운베르거 씨와 베네딕트 페르 씨가 최근 펴낸 ‘폭락: 어제와 오늘의 금융위기’란 책을 보면 1557년에 스페인에서 국가 부도가 발생했다.

당시 스페인을 지배한 합스부르크 왕가는 독일과 이탈리아 은행을 통해 전쟁자금을 조달하고 있었는데 1557년 부도를 냈다. 이로 인해 많은 은행이 몰락했다. 당시 살아남은 거대 은행 가문은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와는 거래하지 않았다.

최초의 거래소 대폭락은 1637년 네덜란드에서 일어났다. 이 거래소에선 주식이나 채권 대신 튤립 구근이 거래됐다.

당시 네덜란드인은 튤립에 투자하면서 거래 시장까지 만들어냈다. 튤립 한 구근의 값이 지금 돈으로 8만7000유로(약 1억4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나중에 이 가격으로 구근을 사겠다는 사람이 사라지자 시장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루이 15세가 통치하던 프랑스에선 1716년에 스코틀랜드인 존 로가 미국의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의 주식으로 투자자를 유인했다. 돈을 벌게 해준다는 약속에 투자자들은 뉴올리언스개발회사의 주식을 사려고 야단이었다. 프랑스 전역에 주식 투자 광풍이 불었다. 그러나 배당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회사의 실체가 드러났다. 결국 주가가 폭락했고 수천 명이 재산을 잃었다.

역사상 가장 심각한 금융위기는 1929년 미국 월가의 주가 대폭락이었다.

이후에도 1987년 블랙먼데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등이 있었지만 1929년 주가 폭락만큼 대규모 세계경제 공황으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