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AIG?

  • 입력 2008년 9월 16일 03시 08분


FRB에 400억 달러 규모 긴급 대출 요청

국내 계약자는 ‘예금자보호법’ 피해 안봐

‘다음 차례는 누구인가.’

미국 월가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에 어떤 금융회사가 또 희생될 가능성 탓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위기에 처한 곳은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와 미국 최대 저축대부(S&L)조합인 워싱턴뮤추얼이다. 이 중 AIG는 1분기(1∼3월) 78억1000만 달러의 손실을 낸 데 이어 2분기(4∼6월)에도 53억6000만 달러의 적자를 봤다. AIG는 올해 들어 200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확보했지만 유동성 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AIG의 신용등급 하향을 경고하고 나섰다.

AIG는 6일 공시를 통해 “신용등급 하향은 AIG의 유동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부도 가능성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를 매입한 투자가들이 130억 달러 이상의 담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AIG가 신용등급 하향을 피하기 위해서는 300억∼400억 달러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AIG는 JC플라워스 등 일부 사모펀드로부터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400억 달러 규모의 브리지론(1년간 담보 없이 빌리는 긴급 대출)을 요청했다.

뉴욕타임스는 “FRB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AIG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현실화될 경우 AIG는 단지 48∼72시간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 AIG가 최악의 경우 파산한다 해도 한국 내 AIG손해보험에 가입한 계약자의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AIG손보가 국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금융당국은 △AIG손보의 국내계약을 다른 손보사가 인수토록 하거나 △기존 계약자와의 계약을 이행한 뒤 청산하도록 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우선 다른 손보사가 AIG손보 계약을 그대로 인수하면 기존 계약자에겐 아무런 변화가 없다. 기존 계약자가 새로운 인수 보험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동안 낸 보험료 환급을 요구할 수도 있다.

또 AIG손보를 인수하려는 곳이 없어 기존 계약을 청산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보험금 지급에는 문제가 없다. 금융위원회 당국자는 “국내 AIG손보는 지급준비금이 100%를 넘는 데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에 보험료를 내고 있어 보험금을 모두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AIG손보는 6월 말 기준 가입자가 120만 명에 이르고 자산총액은 2365억 원이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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