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본선 1막 주제는 ‘이어마크’

  • 입력 2008년 9월 10일 03시 02분


미국 대통령선거 본격 유세전이 개막되자마자 양대 후보 진영이 '이어마크(earmark)'를 와 '포크 배를(Pork barrel)'을 화두로 강도 높은 공방전에 들어갔다. 52일 남은 선거일까지 난타전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분위기다.

'이어마크'는 소유주를 분명히 하기 위해 양(羊)의 귀에 표시를 하던데서 유래한 용어로 의원들이 자기 선거구를 위해 연방예산을 특별히 할당받는 행위. '돼지고기를 담는 통'이란 뜻의 '포크 배를'은 지역구 선심성 또는 정치자금 후원자를 위한 낭비성 사업을 뜻한다. '혁파되어야할 워싱턴의 낡은 관행'의 상징처럼 회자되는 용어들이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공화당 측이 지난주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변화'를 강조하고 나선 데 자극받은 듯 6일 "존 매케인과 세라 페일린이 자신들을 개혁주의자로 묘사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오바마 후보는 특히 "페일린은 (알래스카 주지사로서) 편할 때는 이어마크를 잔뜩 끌어가더니 갑자기 이어마크 추방의 기수가 됐다. 하지만 그런 건 변화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페일린 주지사는 연방정부 예산 2억3300만 달러로 인구 50명의 섬과 인근 공항 사이에 연륙교를 건설하겠다는 프로젝트를 '갈 곳 없는 다리(Bridge to nowhere)'라고 비판하며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져 개혁적인 이미지를 강화했다. 하지만 2006년 주지사 선거 때는 이 프로젝트를 지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었다.

매케인 대통령 후보와 페일린 부통령 후보도 9일 반격에 나섰다.

페일린 후보는 "얼마전 우리의 상대방이 이어마크 얘기를 꺼냈는데, 그가 그런 주제를 꺼냈다는 사실 자체에 놀랐다. 정말 그 문제를 얘기해보길 원하는 거냐"고 반격했다. 매케인 후보도 "오바마는 상원의원 재직 2년간 (자신의 지역구인) 일리노이 주를 위해 10억 달러의 이어마크를 요구한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오바마 후보는 이날 "매케인 캠프 매니저와 의장을 포함한 최고위급 참모 7명이 워싱턴의 유력 로비스트"라며 "일관성 있게 변화를 추구해온 사람이 누구인지, 갑자기 변화를 얘기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사실 이어마크에 관한 한 오바마와 페일린 후보 모두 조금씩 걸리는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다.

페일린 후보는 주지사로 일하면서 선심성 프로젝트를 많이 줄인게 사실이지만 알래스카는 주민수 대비로 환산하면 여전히 연방정부 예산의 특별배당을 가장 많이 요구하는 주 가운데 하나다.

의회 기록에 따르면 알래스카 주가 올해 들어 요구한 이어마크는 1억9800만 달러로 주민 1인당 295달러에 해당한다. 오바마 의원은 지난 한 해 3억1100만 달러의 이어마크를 요구했다. 주민 1인당 25달러인 셈이다.

매케인 후보는 상원의원으로 재직하면서 오랫동안 동료 의원들의 이어마크 관행을 비판해왔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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