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신구-남녀 극과극 대결 … 美대선 ‘3차 방정식’

  • 입력 2008년 9월 1일 02시 59분


백인과 대화지난달 30일 선거 유세를 위해 미국 오하이오 주 보드먼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오른쪽)가 한 식당에 들러 지지자들의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드먼=로이터 연합뉴스
백인과 대화
지난달 30일 선거 유세를 위해 미국 오하이오 주 보드먼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오른쪽)가 한 식당에 들러 지지자들의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드먼=로이터 연합뉴스
흑인과 악수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오른쪽)이 지난달 30일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에서 시민과 악수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피츠버그=로이터 연합뉴스
흑인과 악수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오른쪽)이 지난달 30일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에서 시민과 악수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피츠버그=로이터 연합뉴스
공화 ‘페일린 카드’로 민주 전대효과 반격

낙태반대-총기소유 지지… 보수결집 기대

민주 女지지자 중 “마음 움직였다” 9% 뿐

65일 앞으로 다가온 2008 미국 대선은 그 어느 선거보다도 흥행요소가 넘친다. 반전(反轉)에 반전을 거듭해 온 대선 드라마의 최신판은 ‘페일린 이펙트(효과)’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44세의 여성 초선 알래스카 주지사인 세라 페일린 씨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함으로써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부통령 후보 라인업은 극과 극의 대비 구도가 되면서 수많은 변수가 얽히고설키는 복합함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즉 △사상 첫 흑백 대결 △부통령 후보 간 남녀 대결 △세대 대결이란 3대 대결구도로 짜였다. 상대 후보의 취약점이라고 물고 늘어졌던 특징을 그대로 갖춘 사람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것도 아이러니다.

▽여론조사는 ‘다소 부정적’=일단 31일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를 보면 ‘페일린 이펙트’가 공화당 측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 조사에서 여성 민주당 지지자 중 ‘페일린 지명이 매케인을 지지하고 싶은 마음을 늘려 줬다’는 대답은 9%에 불과했다. 15%는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더 줄었다’고 대답했다.

또 ‘페일린이 자격이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가 39%, ‘아니다’가 33%였다. 39%의 긍정적 대답은 1988년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앞서 민주당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후보 지명 때는 긍정적 대답이 57%였다.

남성보다 여성의 반응이 좀 더 부정적이다. 라스무센 조사에서 ‘페일린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여성은 48%(긍정은 25%)가, 남성은 41%(긍정은 35%)가 부정적이었다.

▽숫자 이상의 효과?=사실 페일린 카드는 ‘여성 표’만을 겨냥한 게 아니다.

매케인 후보가 핵심 보수층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확실한 낙태 반대론자인 페일린 카드가 미치는 영향은 여론조사만으로는 읽어내기 어렵다.

보수파 기독교 지도자로서 “매케인은 절대 찍지 않겠다”고 공언해 온 제임스 돕슨 씨는 한 라디오 토크쇼에서 “페일린 선택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며 매케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상대적으로 정체되고 노쇠한 캠프 이미지’를 일신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앞으로 페일린 주지사가 낙태 반대론자이며 총기 소유 지지자임을 강조하면 여성 표, 특히 여권 운동에 우호적인 도시의 젊은 여성 표는 거의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또 버락 오바마 후보를 괴롭혀온 ‘경험 부족’ 공격도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리더십 이력서가 백지나 다름없는 신예 부통령 후보에 대해 공화당 내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이 나온다. 미국은 대통령 사망 등의 유고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 전례가 9차례 된다.

▽오바마 지지율 급등=‘역사적인’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한 지 반나절도 안 돼 발표된 ‘페일린 카드’로 인해 언론의 조명을 상당히 빼앗겼지만 갤럽 조사에서 오바마 후보의 지지도는 49%로 올라가 매케인 후보와의 격차를 8%포인트로 벌렸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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