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리 ‘중학생에 격려금’ 지급 논란

  • 입력 2008년 8월 26일 02시 56분


지난해 7월 취임한 ‘개혁전도사’ 미셸 리(38·사진) 워싱턴 교육감의 14개월은 파격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교육감 취임 직후 공립학교와의 ‘허니문’ 기간도 갖지 않았다. 자격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교장과 교감 50여 명과 업무성과가 떨어지는 장학관 150명을 해고했다. 평가를 통해 교육성과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난 학교 23개는 아예 문을 닫았다.

워싱턴포스트는 25일자 1면 기사에서 “리 교육감이 취임 첫해 보여준 과감한 개혁조치는 그를 논란의 중심에 서게 했지만 유례없는 개혁조치를 통해 이미 엄청난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그런 리 교육감이 최근에는 중학생의 수업 참여를 높이기 위해 격려금으로 현금을 나눠주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10월부터 수업 시간에 지각하지 않고, 숙제를 빠지지 않고 제출하며, 높은 성적을 올리는 중학생에 대해선 점수를 부과해 1점에 2달러를 지급하겠다는 것. 한 달에 1인당 최대 50점까지 얻어 100달러를 보상금으로 받을 수 있으며, 현금은 2주에 한 번씩 정해진 은행 계좌로 입금된다.

학생들에 대한 현금보상제도는 이미 미국 내에서도 앨라배마, 아칸소, 켄터키, 코네티컷, 버지니아 주 등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리 교육감의 최대 후원자이자 그를 교육감으로 발탁했던 에이드리언 펜티 워싱턴 시장은 “‘채찍’을 써봤지만 학생들에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며 “이제는 ‘당근’이 필요한 시점이며, 잘하는 학생에게 현금을 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이 학교에 가는 대가로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워싱턴에서 공교육 개혁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메리 레비 씨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주 비참한 일”이라며 “아이들에게 성과를 내라고 돈을 줘야 하는 수준까지 몰락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돼 슬프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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