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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8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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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개혁 개방 이후 30년간 이룬 경제성장을 과시하고 사회 통합의 계기를 마련하며 국제사회에서 대국으로서의 형상을 구축하기 위한 결정적인 기회로 삼고 있다. 스포츠 정신을 통한 세계인의 화합이라는 올림픽 본연의 보편적 가치 추구보다는 대내외 전략의 일환으로 올림픽을 활용하고 있다.
막상 잔칫상 차림을 마친 베이징에서는 올림픽 이후 중국의 향방에 대한 불안감이 개막식 리허설의 불꽃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티베트 사태로 드러난 소수민족 문제,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지역 및 계층 격차, 거시경제 불안이 중국 정부를 괴롭힌다.
중국 국력의 급격한 신장과 이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폭을 불편해하는 나라와 중국 간의 갈등도 고조된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으로 사회 통합과 국제 위상의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것이다. 과연 중국의 ‘올림픽 정치’는 성공할 것인가?
대내적으로 애국심 고양을 통한 사회 통합의 기능을 베이징 올림픽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매년 중국 각지에서는 수만 건의 시위가 발생한다. 아직 중산층에 진입하지 못한 10억 중국인에게 올림픽 금메달이 위안이 되기엔 하루하루의 경제적 생존이 더욱 절실하다. 베이징이 자랑하는 초현대적 시설물은 분열된 중국 사회의 크고 넘을 수 없는 장벽의 상징물이 될 수 있다.
티베트 사태가 소수민족 소외 문제의 분화구였다면 쓰촨 성 지진 수습 과정은 사회적 약자의 상처를 보듬을 상징적 기회였다. 하지만 ‘안전’과 ‘대외 위상 제고’를 위해 일상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질주해 온 베이징 올림픽의 형식주의적 양상을 보면서 금년 봄 두 사건을 통해 중국이 얻었던 값비싼 교훈의 의미가 퇴색해 가는 느낌이다. 일상의 불편은 차치하더라도 스스로를 ‘이등 국민화’하는 ‘안전 올림픽’을 착잡하게 바라보는 일반 중국인에게 사회 통합의 열정과 애국심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한편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는 90여 명의 국가 정상급 인사가 참석한다. 올림픽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다. 지난달 제네바에서 결렬된 도하개발어젠다(DDA) 회의가 베이징으로 자리를 옮길 기세다. 티베트 사태로 올림픽 보이콧을 이야기하던 나라의 주중대사관은 어떻게 하면 자국 정상과 후진타오 주석이나 원자바오 총리와의 양자회담을 주선할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회담의 성사가 곧 해당국의 국력을 상징하는 형국이다.
중국의 인권문제와 전제정치, 공격적 대외정책과 민족주의 부활에 대해 맹비난을 쏟아 붓던 나라도 거대한 중국이 쥐고 있는 ‘경제적 기회’에 너나없이 달려든다. 중국의 세계질서 진입으로 ‘하나의 세계’는 이뤘지만 베이징으로 달려가는 각국 정상의 마음은 ‘하나의 꿈’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화합의 장이 아니라 신흥 강대국을 둘러싼 이해 각축의 장으로, 중국 국내 정치의 도구로, 또 거대 다국적기업의 사업 전초로 활용되는 베이징 올림픽을 보고 있다. 중국의 근육질 ‘올림픽 정치’가 ‘올림픽 정신’을 대체하는 것 같아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이 어디 필자뿐일까?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교수 중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