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창]“낮엔 응원, 밤엔 외화벌이 바빠요”

  • 입력 2008년 8월 4일 03시 03분


북한 선수단이 중국 베이징 땅을 밟은 2일. 그날 밤에도 가게에는 불이 켜졌다.

‘개관 4년 기념, 20% 할인’이라는 푯말도 보였다. 길지 않은 기간에 이 가게는 ‘할인’이라는 서방 경제의 단어를 새로 배운 듯했다.

베이징의 ‘한국인 타운’인 왕징 거리에 있는 평양대성산관. 북한 무역성이 외화벌이를 위해 직영으로 운영하는 술집이다. 인테리어는 유행 지난 레스토랑 같지만 버드와이저 생맥주 3000cc(약 2만3000원)와 코로나(약 4000원) 등 외국 유명 맥주로 가득하다.

40여 평의 공간에 종업원은 8명. 낮에는 냉면 장사, 밤에는 술장사로 오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바쁘게 일하는 이들에게 요즘 가욋일이 생겼다. 올림픽 응원이 그것이다.

“선양에 (북한 여자축구) 응원을 가요. (올림픽 기간에) 계속 응원을 갈 것 같은데 어느 종목을 갈지는 모르겠시요.”

올림픽 얘기가 나오자 종업원 A 씨가 말한다. ‘언제 출발하느냐’고 묻자 “몰라요, 우리는 얘기만 나오면 후딱 갑니다”라며 웃는다.

일도 바쁜데 응원 연습은 언제 하는지 궁금했다. “우리는 별도 (응원) 연습을 하지 않아요. (북한을) 나오기 전에 미리 연습해서 따로 안 해요.”

베이징에는 역시 북한 직영 음식점인 옥류관과 해당화도 있다. A 씨는 “우리 가게뿐 아니라 옥류관과 해당화도 간다. 중국(전역)에 있는 음식점이 모두 (응원) 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4일 선양에 북녀 응원단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응원단은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280명)와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302명) 당시의 절반 정도인 170여 명 규모로 보인다. 모자란 수를 중국 현지 북한 식당의 종업원 등으로 채운다는 계산이다.

응원은 가지만 흥은 없어 보였다. 종업원 B 씨에게 ‘아는 북한 축구 선수가 있느냐’고 묻자 “우리는 잘 모릅니다”라고 말한다.

20여 일의 올림픽 기간에 이들은 종업원과 응원단의 1인 2역을 소화해야 한다. 피곤하지 않을 수 없다. “힘들겠지만 경기장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자”고 했더니 종업원들은 밝게 웃었다.

베이징=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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