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탕쿠르 구하다 ‘적십자’가 위험에

  • 입력 2008년 7월 18일 02시 53분


콜롬비아 정부가 공개한 구출 비디오에 적십자사 로고가 찍힌 셔츠를 입은 구출 요원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출처 CNN
콜롬비아 정부가 공개한 구출 비디오에 적십자사 로고가 찍힌 셔츠를 입은 구출 요원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출처 CNN
구출작전때 구조요원 위장… 분쟁지역 활동 중립성 훼손

군사작전에 중립적 구호활동의 상징인 적십자사 로고가 이용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좌익 반군 게릴라 조직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 붙잡혀 있던 잉그리드 베탕쿠르(45) 전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 구출 과정에서 국제의료구호단체인 적십자사 로고가 이용됐다고 미국 CNN방송이 16일 보도했다.

국제인권법과 제네바협약은 이런 행위를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중대 사안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네바협약 추가의정서는 중립 기구의 요원인 것처럼 행세하거나 관련 로고를 사용할 경우 국제인권법과 관련 협약을 무시한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CNN은 구출 당시 비디오테이프와 사진 등에 적십자사 로고가 분명해 보이는 차림의 구조 요원이 등장한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익명의 군 관계자가 관련 자료를 건네면서 방송사에 돈을 요구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은 파문이 커지자 “공식 작전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반군을 보고 겁을 먹은 한 요원이 신변 보호를 위해 로고가 찍힌 셔츠를 급히 걸쳤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런 사실이 공개됨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활동 중인 적십자사 요원들의 안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적십자사 요원들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적십자사는 전쟁 포로와 민간인을 치료, 보호한다는 중립적 원칙을 인정받아 그동안 분쟁지역에서 그 요원들이 보호를 받아왔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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