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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6월 21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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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국의 유가 인상은 수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경제가 마침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7개월 만에 국내 유가 인상=중국발전개혁위원회는 19일 밤 기습적으로 석유와 전력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20일부터 적용된 인상안에 따르면 t당 5980위안(약 89만3000원)이었던 휘발유 표준소매가는 6980위안(약 104만2500원)으로 16.7% 올랐다. 디젤유는 t당 5520위안에서 6520위안으로 18.1% 인상됐다. t당 5950위안이던 항공유는 7450위안으로 25.2%나 올랐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전기요금도 kw당 0.025위안(약 3.75원)씩 4.7% 인상된다. 이에 따라 kw당 0.4883위안이던 베이징(北京) 지역 가정용 전기는 0.4908위안(약 73.6원)으로 오른다. 중국은 전기 값이 지방마다 다르다.
이번 중국의 유가 기습 인상은 물가 인상을 이유로 묶어 두었던 기름값이 국제유가의 급상승 폭을 더는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배럴당 90달러대였던 국제유가는 최근 130달러 선을 넘어 40% 가까이 올랐지만 중국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이후 기름값을 올리지 않아 인상 전 중국의 기름값은 미국보다 40%나 쌌다.
▽국제 석유 수급 안정 효과=중국이 이처럼 국내 유가를 크게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장중 한때 배럴당 137.82달러까지 올랐던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131.93달러로 떨어졌다.
런던 시장에서도 8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가 전날보다 배럴당 4.44달러 떨어진 132.00달러에 거래됐다.
경제가 급성장세인 중국이 국내 유가를 올리자마자 국제 유가가 떨어진 것은 매년 10∼30%씩 늘고 있는 중국의 원유 수입량이 이번 조치에 따라 감소세로 돌아서거나 적어도 증가 속도가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세계 2위의 원유 소비국인 중국이 저유가 정책으로 석유 소비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이번 유가 인상은 중국의 소비자 물가를 단기적으로는 0.8%, 중장기적으로는 1.4%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중국 내 소비자 물가의 인상은 수출상품의 가격 인상을 불러와 결국 세계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의 유가 인상 폭이 세계 각국이 그동안 요구해 온 것보다 작아 세계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