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 보조금 없이 선거 치를 것”

  • 입력 2008년 6월 21일 03시 11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19일 연방정부의 선거보조금을 받지 않고 자체 모금한 자금으로만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가 당내 예비경선에 이어 대선 본선에서도 정부의 선거보조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1976년 정부 보조금 제도가 만들어진 이래 처음이다. 과거 대선에서는 경선 후보들이 예비경선 때만 정부 보조금을 포기했다.

오바마 후보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중대한 발표’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통해 이 같은 결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그는 8400만 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포기하는 대신 관련법이 규정한 금액 제한과 각종 규제를 피해 무제한으로 선거자금을 모금할 수 있다.

오바마 후보에겐 그동안 ‘풀뿌리 자금’을 지원해 온 든든한 일반 후원자들이 버티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4월 말까지 그가 모금한 선거자금은 2억6300만 달러. 전문가들은 그가 연말 대선까지 최대 5억 달러를 모금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선거보조금 제도의 취지에 공감해 왔기 때문에 이번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지만 현재의 선거보조금 제도는 무너졌다”며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 캠프는 이미 ‘527그룹’이 지원하는 거액의 자금을 바탕으로 우리를 비방 공격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527그룹은 제한 없이 선거자금을 모금할 수 있는 독립적 정치외곽단체를 뜻한다. 우파 527그룹이 매케인 후보 캠프를 직접 돕지는 못하지만 사실상 ‘오바마 후보 흠집 내기’로 매케인 후보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매케인 후보 캠프가 5월 말까지 모금한 자금은 1억1500만 달러로 오바마 후보 캠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공화당 지지 성향의 ‘527그룹’의 자금력은 민주당 측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정부 보조금을 받겠다고 밝힌 매케인 후보 진영은 발끈했다. 매케인 후보는 “오바마 후보는 과거 (보조금을 받아 선거를 치르겠다고)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뒤집었다”고 공격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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