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매케인, 두 후보의 ‘나의 아버지’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버락 오바마 미국 상원의원이 13세 때인 1974년경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서 생부를 만났을 때 찍은 사진. 두 살 때 부모의 이혼을 겪어야 했던 오바마 의원은 이때 생부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버락 오바마 미국 상원의원이 13세 때인 1974년경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서 생부를 만났을 때 찍은 사진. 두 살 때 부모의 이혼을 겪어야 했던 오바마 의원은 이때 생부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부상을 입고 포로로 잡혔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왼쪽)이 1973년 석방된 직후 미국에서 가진 한 환영행사에 참가해 아버지인 존 매케인 제독을 만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부상을 입고 포로로 잡혔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왼쪽)이 1973년 석방된 직후 미국에서 가진 한 환영행사에 참가해 아버지인 존 매케인 제독을 만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흑인인 내게 도전을 가르쳐줬다” 오바마

매케인 “고인이지만 내 삶을 이끈 동력”

《“할아버지는 전투기 조종사였고, 아버지는 잠수함 승무원이셨다. 그들은 나의 첫 번째 영웅들이다.”(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 “나의 할아버지는 케냐에서 영국인들의 요리사였고, 아버지는 염소를 몰며 자랐다.”(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 차기 미국 대통령을 놓고 경쟁하는 두 후보가 각각 독특한 자신의 가족사를 소개하며‘아버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바마 의원은 15일 ‘아버지의 날’을 맞아 시카고의 한 교회에서 연설했다.

“너무 많은 아버지들이 ‘작전 중 실종(MIA)’, ‘근무지 이탈(AWOL)’ 상태다. 너무 많은 아이들의 삶과 가정에서 아버지가 사라져 버렸다.”

그는 편모가 숱한 흑인 가정의 문제도 정면으로 건드렸다.

“임신만 시켰다고 아버지는 아니다. 어떤 바보라도 아이는 가질 수 있다. 아버지들이 남자가 아니라 소년처럼 행동하며 책임을 방기하는 바람에 가정의 기초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런 발언은 흑인 사회에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내용이다. 흑인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인종차별 등 구조적 차원에서 찾는 진보적 시각과 흑인 가정 내부의 문제에서 찾는 보수적 시각이 맞서는 가운데 후자를 특히 강조한 것.

자신도 청소년기를 아버지 없이 자란 오바마 의원은 “나는 아버지의 부재(不在)가 의미하는 바를 누구보다 잘 안다. 집에 자신을 이끌어주고 방향을 잡아줄 남자 어른이 없다는 게 아이의 가슴에 얼마나 큰 구멍을 남기는지 잘 안다”고 강조했다.

매케인 의원의 어린 시절에도 아버지가 집에 없는 날이 많았다. 그런 탓인지 어린 매케인은 자기 성질을 잘 다스리지 못할 때가 많았다. 모처럼 집에 온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찬물을 가득 담은 욕조에 옷을 입은 채로 집어넣곤 했다.

매케인 의원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모두 4성의 해군제독 출신이다.

베트남전쟁 당시인 1967년 해군 대위 매케인의 전투기가 하노이 상공에서 격추됐을 때 그의 아버지는 베트남전쟁을 지휘하는 태평양사령관이었다.

월맹군은 두 팔과 무릎, 어깨가 부서진 채 포로가 된 매케인 대위를 석방시켜 주겠다고 제의했지만 그는 “동료와 함께하겠다”며 특혜 석방을 거부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폭격의 희생물이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하노이 폭격을 강화하라는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

매케인 의원은 훗날 “아버지는 직분에 충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매케인 의원의 아들도 2006년 가을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전쟁에 파병됐다.

비록 가정을 버리거나, 엄한 아버지였지만 두 사람의 삶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아버지가 다닌 학교(오바마 의원은 하버드대, 매케인 의원은 해군사관학교)를 나왔고 아버지를 주제로 책을 썼다.

“아버지는 어느 날 눈을 들어 높은 곳을 바라봤고, 흑인에게도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을 갖고 도전했다.”(오바마 의원)

“아버지처럼 명예로운 남자가 되는 게 내 인생의 영원한 야망이다.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은 열망이 내 삶의 동력이다.”(매케인 의원)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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