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웃고 떠들던 친구가 ‘펑’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14분



1300명 넘게 희생 베이촨중학 학생들 글 中누리꾼 울려

“모든 것이 한 편의 악몽 같다. 기쁨과 웃음으로 가득 찼던 교정은 한 번의 ‘펑’ 하는 울림과 함께 연기와 먼지 속으로 사라졌다. 불과 몇 분전까지 웃고 떠들던 친구는 그림자도 볼 수 없게 됐다. 우리가 함께 재잘거리며 품었던 미래의 꿈을 친구가 천당에서나마 계속 키우도록 기도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슬프다.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듯이 아프다.” (양즈쥔·楊治君·고 2)

이번 쓰촨(四川) 성 대지진에서 북부 베이촨(北川) 현의 베이촨중학(한국의 중고교에 해당)은 전체 2900여 명의 학생과 교사 중 1300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큰 인명 피해를 봤다. 살아남은 학생들은 먼저 간 친구나 선생님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글에 담았고 쒀후(索狐) 런민왕(人民網) 등 인터넷에 그들의 글이 소개되면서 중국 누리꾼들을 울리고 있다.

꽃봉오리처럼 피어나던 청소년들의 꿈이 갑작스러운 대참사로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지 이 글들에는 생생히 담겨 있다.

“수업시간에 한바탕 격렬한 흔들림이 일자 선생님이 “밖으로 나가”라고 외쳤다. 선생님이 교실 문에 서서 학생들을 내보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교실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나는 책상 밑으로 피했다…. 잔해에서 겨우 운동장으로 빠져나왔을 때 얼마나 큰일이 벌어졌는지를 실감했다. 많은 친구와 선생님이 아직 건물 잔해 밑에 묻혀 있는 것을 알고는 그제야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펑쓰자·馮思佳·중 2)

중학교 3학년인 리쉐페이(李雪飛)는 친구를 앗아간 지진을 ‘무정한 악마’로 표현했다.

“수업시작 몇 분 후 교실이 흔들리자 우르르 밖으로 뛰어나갔다. 복도 바닥이 들려 일어나면서 나는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몇 초 후 코로 가득 흙먼지가 들어오고 육중한 무엇인가가 다리를 누르는 것을 느꼈다. “사신(死神)이 나를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무너진 더미를 빠져나오니 학교가 피비린내로 가득 찼다. 지진이란 악마는 얼마나 무정한가.”

고등학교 1학년 자궈웨이(賈國偉)는 한 번의 지진으로 세상이 달라졌다고 썼다.

“가벼운 진동이 일었다. 예전에도 베이촨에는 작은 지진이 난 적이 있어 곧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격렬한 요동 후 교실의 의자가 넘어졌다. 천장도 떨어져 내렸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는 아직 어리고 다하지 못한 일도 많고, 부모에게 효도도 해야 하고, 이루고 싶은 꿈도 있는데…. 이런 것들이 내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할 이유라고 생각했다…. 1시간 반가량 지나 구조되어 나왔을 때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변해 있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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